‘색의 깊이’에의 강요
가+
가-
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 (33) ━ 옷과 색 ④

2009-06-13 오후 4:13:29






‘깊이에의 강요’라는 책이 있다. 짧은 이야기인데 어느 예술가가 평론가로부터 깊이가 없다는 말을 듣고 자괴감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예술가만 그럴까? 멋지게 차려 입고 나갔는데, “가벼워 보인다, 튀어 보이기만 한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질 리는 없다. 화려하고 튀어 보이는 것만 생각한다면 이러한 깊이의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옷은 옷을 입은 사람의 인격의 반영이라고 본다면, 옷 색깔을 생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 중의 하나는 깊이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색의 깊이감은 색의 화려함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색 깊이감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지난 주에 알아본 것처럼 밝기에 변화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색이 어두워지면 밝은 색에 비해서는 깊이감이 생기게 된다. 파랑이 짙어진 남색의 청바지나 빨강이 진해진 고동색, 노랑이 진해진 올리브 그린 색을 입으면 가벼워 보이지 않고 쉽게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계절로 보자면 가을에 어울리는 색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자칫 잘못 입으면 노티난다는 말을 듣기 쉽다. 그렇다면 명도가 낮은 색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채도라는 말에 익숙해지자

색에 관련된 말 중에는 채도라는 단어가 있다. 중·고등학생 시절 미술시간에 색상, 명도, 채도라는 말은 항상 세트로 나오는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유독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채도라는 말이다. 색의 맑고 탁한 정도라는 뜻으로 대강 알고 있는 이 단어가 사실 색에 깊이를 부여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우선 색이 맑다는 것은 순색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색은 원색에 다른 색이 적게 섞인 색이다. 맑기 때문에 눈에 잘 띄어서 유아동복에 많이 사용된다. 활달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름옷에도 많이 사용되는 색이다. 하지만 색이 너무 원색적(?)이므로 선명하긴 하되 신비감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럴 때 색의 채도를 적절히 변화시켜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채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색이 섞여서 색이 탁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빨간색에 여러 가지 색들이 조금 섞이게 되면 색이 약간 칙칙해지지만, 아주 많이 섞이면 색이 회색에 가까울 정도로 탁해지게 된다. <그림 1>

원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원색 즉, 삼원색이 모두 들어가면 채도가 많이 떨어지게 된다. 색을 좀 공부한 사람들은 보색을 섞으면 색이 탁해진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보색을 섞는다는 것은 한 색에 삼원색이 모두 들어간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빨강에 보색인 초록색을 섞으면 회색이 되는데 초록색은 노랑과 파랑이 섞인 색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채도 변화의 세계

그럼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실제로 어떤 옷들이 채도가 떨어진 옷인지 사진을 보면서 다양한 채도의 매력을 살펴보자. <그림 2>는 채도가 다양하게 변화 옷들을 비교해 놓았다. 빨강과 주황 사이에서 미묘한 강렬함을 드러낸 고채도 원피스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나 이렇게 매력 넘치는 사람이에요.’ 하고 대놓고 유혹하는 느낌이다.

중채도의 의상은 흙이나 먼지가 쌓인 듯해도 여전히 원색은 알아볼 수 있다. 강렬함은 없어도 우아하며 은은한 매력이 배어 나온다. 이처럼 중채도 색상은 잘 구사하면 세련되고 멋스럽지만 잘못하면 때가 타거나, 옷이 낡아 색이 바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저채도는 색에 단련된 사람이 아니면 거의 원색이 어땠는지 예상하기 어렵다. 갈색이나 회색 등이 이에 속한다. 저채도는 명도를 변화시켜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 저채도이면서 고명도인, 즉 밝은 색들은 날아가 버릴 듯한 휘발성이 느껴진다.

<그림 4> 그러면서 박쥐처럼 같이 매치하는 의상에 따라 다양한 색의 스팩트럼을 아우른다. <그림 3>의 상의는 거의 살색에 가깝지만 빨강에서 노랑까지의 치마와 다 잘 어울린다. 저채도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자신의 본래 색을 죽이고 매치하는 옷에 뒷받침이 돼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통 하의를 입을 때 청바지 아니면 검정색 정장 바지만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것이 저채도 색상의 하의이다.

치노 팬츠가 좋은 예다. 밝은 황토색의 치노 팬츠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다양한 색에 무난하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만약 밝은 색에 몸이 확장돼 보일까 신경 쓰이는 사람은 저채도의 저명도 색상을 입으면 되겠다. 이것의 좋은 예가 청바지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청바지와 검정색 바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저채도, 저명도 하의를 입어보자. <그림 5> 올리브 그린, 고동색, 또는 다양한 명도의 회색. 어느 새 주위 사람들에게 옷 잘 입는 사람으로 소문이 날지도 모른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