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보이려면 색의 밝기를 체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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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 (32) ━ 옷과 색 ③

2009-06-05 오후 5:24:06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저 그런 색의 옷보다는 화려해 보이는 색의 옷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옷을 입기 위해서는 그만한 신경을 써야 한다. 무조건 화려한 색만 찾다가는 자칫 촌스러워 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때 잘 살펴야 할 것은 색의 밝기이다. 밝기는 패션에서 촌스러움을 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다.


화려함과 촌스러움의 갈림길

색이 화려해 보이는 것을 색의 이론으로 설명하자면, 대비가 심한 색들이 겹쳤을 때라고 할 수 있다. 빨간색과 녹색, 파란색과 오렌지색, 노란색과 보라색 등과 같이 서로 보색관계에 있는 색의 옷들을 매치해 입게 되면 가장 눈에 띌 수 있고, 화려해 보인다.

꼭 보색이 아니더라도 색상환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색들의 옷을 골라서 입게 되면 화려하고 두드러져 보이게 된다. 이 원리만 잘 알아도 자기 힘으로 옷을 챙겨 입는 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색상의 대비만을 단순하게 적용한다면 좀 낭패를 격을 수도 있다. 색 끼리의 대비가 강해지면 눈을 많이 자극하기 때문에 튀기는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화려해 보이는 쪽으로 귀결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시의 밤을 장식하는 네온사인<사진1>을 살펴보면 눈을 심하게 자극하기는 하지만 그리 아름답다거나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도시의 번화가를 따라하는 중소도시 뒷골목의 과도한 화려함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색을 살펴보면 전혀 촌스럽지 않은 색들이다. 그런데도 왜 전체적으로는 촌스러워 보이는 것일까?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옷 색깔을 챙길 때도 똑같이 당면하게 되는 문제들이다.

현란한 색의 옷을 맞추어 입을수록 더 촌스러움이 더할 때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게 된다. 자칫 옷을 못 입는다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촌스럽거나 세련되어 보이는 것을 알아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이유를 알아차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것은 맨 눈으로는 잘 살피기 어렵다. 설사 색을 잘 골라 입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내면에 깔린 원리를 알고 색을 맞추어 입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같은 색을 쓰는 데에도 왜 어떤 경우는 세련되고 화려해 보이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는 것일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앞의 네온사인 그림을 흑백으로 전환해 보면 <사진①-A> 그 이유를 쉽게 알게 된다.

화려한 색깔을 빼고 네온사인 그림을 보면 군데군데 명암이 뭉쳐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각의 부분들이 원색으로 볼 때는 색상의 차이 때문에 구별되어 보이지만 이렇게 흑백으로 전환해서 보면 명도의 단계들이 고르지 못하고 정리가 안 되어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려한 색이 촌스러워 보이게 되는 것은 이처럼 색의 밝기가 제대로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색의 옷들은 밝기의 구분이 잘 되어 있을까?


화려함을 푸는 열쇠

<사진2>를 보면 매우 화려하지만 수많은 색들로 복잡한 색감을 지닌 옷을 볼 수 있다. 몇 가지 안 되는 색들로 이루어진 옷도 색을 맞추기가 힘든데, 이렇게 많은 색으로 구성된 옷을 제대로 갖추어 입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옷을 보면 전혀 촌스럽거나 미숙해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그리 특별한 색으로 디자인된 것도 아니다. 여러 개의 색들이 수많은 대비를 이루면서 전체적으로 독특한 색감을 전해주고 있다. 이것을 흑백으로 전환시켜 보면 <사진 2-A>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색들이 전혀 뭉쳐진 곳 없이 일정한 밝기로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자잘한 색 면들이 하나하나가 모두 살아있다. 게다가 어느 한 부분도 다른 부분에 비해 밝기의 단계가 튀는 곳이 없다. 전체 면들의 밝기가 일정한 단계로 밝아지거나 어두워지고 있다. 그냥 회색만 가지고서도 이런 정교한 단계를 만들기가 어려운데, 총천연색을 이렇게 조율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화려한 색을 구사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무튼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색은 반드시 밝기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는 것이다. 색의 조화는 색보다는 밝기의 조화가 우선이다. 이것은 다른 옷들을 분석해 보더라도 똑같은 원리를 확인하게 된다. <사진3>처럼 화려해 보이는 옷들을 흑백으로 전환시켜 보면 <사진3-A·B·C> 밝기가 아주 잘 조율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색깔이 화려해 보이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데에는 눈에 보이는 색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밝기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몇 개 안되는 색이라 하더라도 밝기의 단계가 잘 조율이 안 되면 촌스러워 보이기 쉽고, 반대로 아무리 그저 그런 색이라 하더라도 밝기 조율이 잘 되면 대단히 세련되고 화려해 보인다.

이것만 알고 있어도 남들이 생각하지도 못할 색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색깔을 보는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런 원리만 알고 있으면 옷 색깔을 맞추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사진4>의 옷을 보면 정말 그저 그런 인접 색들로 이루어진 패션이다. 하지만 옷을 이루는 색의 밝기를 잘 보면 매우 일관된 밝기 차이로 전체 색들이 구성되어 있다. 밝기를 잘 조절해주면 같은 계통의 색이라 하더라도 아주 색달라 보인다. 이럴 때 색의 밝기는 색상을 변화시키는 요소로 활약한다. 하지만 색의 밝기는 이런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색의 밝기 하나 만으로도 다양한 표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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