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복(色卽是服), 복즉시색(服卽是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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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 (31) ━ 옷과 색 ①

2009-05-22 오후 4:41:02





옷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는 젊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 어르신들, 초등학생까지 정말 남, 여, 노, 소 가릴 것 없이 패셔너블해 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일까. 온 나라가 옷을 잘 입는데 관심이 있는 듯하지만 거리로 나가보면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단지 유행하는 옷을 입었거나, 명품으로만 도배했거나, 전체적으로 옷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거나, 자신의 몸이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거나 등등의 이유가 있다.  어쨌거나 이 수많은 사실은 결국 옷은 잘 입은 것과 못 입은 것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옷을 잘 입었다는 것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케이블 방송에 나오듯 아무런 이유도 대지 않은 채 ‘그런 것 같지 않아요?’ 라고 감으로, 상대방의 동의만으로 남을 평가 절하할 수는 없다. 옷을 입는 행위는 그 사람의 모든 삶의 지혜, 미학관, 삶을 대하는 태도, 살아 온 환경을 대변해 주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 또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논하듯 깊이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난이 되고 인신공격이 될 뿐이다.


‘옷 잘 입는 것’의 평가 기준

옷을 입는 법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에서 살펴보자. 가령 잘 세탁되고 잘 다려진 옷을 입는 것이 가장 기본 단계라고 한다면(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재킷과 셔츠, 원피스와 하이힐을 자기 몸에 맞추어 입는 초급 단계에서부터, 시간, 상황, 때에 맞추어서 옷을 잘 챙겨 입는 중급 단계, 옷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멋지게 표현하는 고급 단계까지 있겠다.

한편으로는 조형적인 측면 즉, 형태와 색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모양으로 보일 수 있게 옷의 형태를 잘 고려해 입는 것과 옷의 색을 아름답게 잘 조율해서 입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옷을 입는 것은 단지 남에게 돋보이기 위한 개인의 행위가 아니라 예술가가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은 예술적인 일이 된다. 물론 그에 따라 전문적인 지식과 훈련이 필수로 요구된다.


옷의 개성을 드러내는 색

이 조형적인 관점에서 옷을 볼 때 색은 70% 이상의 인상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옷의 형태는 사람이 입고 활동해야 하는 큰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제품이나 건축 등 다른 영역의 디자인에 비해 형태의 변화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색을 입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옷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조화이다. 어떤 옷도 단 한 가지만 입지 않는다. 상의와 하의를 같이 입으며, 원피스에도 구두와 가방을 맞춰 들어야 하며, 단색 정장이라도 그 안을 구성하는 단추나 액세서리도 생각해야 한다. 옷이 이렇게 전체적인 어울림을 생각해야 하듯 색도 마찬가지이다. 옷을 입을 때 한 가지 색만 존재하는 법은 없다. 빨간색이 좋아서 빨간 원피스에 빨간 구두, 빨간 핸드백, 빨간 머리핀을 꽂아도 피부색과 머리카락까지 전체적인 모습을 구성하는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렇듯 높은 차원에서 조율되어야 할 색은 마냥 감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극히 정밀하고 잘 구조화 된 룰에 의해 통제되고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따지기 전에 먼저 간단하게 느낌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얼마나 잘 조율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무난한 조화, 화려한 조화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크게 무난한 색으로 옷 색깔을 잘 구성해서 챙겨 입는 것과 화려한 색으로 옷 색깔을 잘 구성해서 입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림 1>은 파랑색의 원피스에 하늘색과 청록색의 가슴 장식으로 시선을 끈다.

거기에 비슷한 색의 귀고리와 핸드백을 매치해 전체적인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 원피스의 짙은 파랑색은 명도가 낮지만 채도는 떨어지지 않아 깊은 색감을 나타낸다. 또한 나머지 장식적인 부분들이 같은 파랑색 계열의 색으로 이뤄졌지만 밝기와 색상의 미묘한 차이를 이용하여 화려한 느낌이 준다.

<그림 2>는 주황색의 인접색들로 이루어졌지만 좀 더 화려한 느낌을 주는 원피스이다. 노란색이 많이 섞인 주황과 붉은 기운이 도는 주황, 주황에 명도가 낮은 고동색이 있고 중간 중간에 남색에 가까운 보라색과 따듯한 기운의 하얀색이 들어가 있다.

우선은 명도조절을 잘 하여 색이 한데 뭉쳐 보이지 않아 시원해 보이면서 인접색과 보색을 적절히 활용하여 부드럽게 연결되면서도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보기에는 무난하고 쉬워 보이지만 이렇게 무난하면서도 은근한 멋이 느껴지게 색을 맞추어 입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엔 고동색이 주 색상이다. 왜 이 디자이너는 이 원피스에 주황색 스타킹과 연두색 구두를 매치했을까? 고동색은 주황색이나 보라색 등 빨간색의 명도와 채도가 낮아진 색이다. 따라서 원피스의 고동색과 스타킹의 주황색은 친척 관계로 볼 수 있겠다.

고동색은 본래의 색이 많이 훼손 된 색이고 주황색은 순색이기 때문에 대비가 되어서 눈에 명쾌하게 들어오면서 잘 어울린다. 하지만 연두색 구두는 좀 쌩뚱 맞아 보인다. 아마도 갈리아노는 원피스 밑단의 꽃무늬와 연두색을 연결하려 했을지 모르겠다.

<그림 3>은 꽃무늬 또한 회색 기운이 많이 도는 채도가 낮은 색으로 구성되어 색이 바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색이 많이 날아갔다는 것은 그만큼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겨두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는 시선에 따라 연두색이 원색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이 꽃무늬의 잎사귀와 연두색의 구두가 통일감을 부여해 연두색 구두가 쌩뚱맞아 보이다가도 전체적으로 통일 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읽어보니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듯 느껴지지만 이렇게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멋이 느껴지게 색을 맞추어 입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원리만 알면 쉽다. 다음 주에는 원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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