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와 머리카락의 색은 패션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아이템이다. 옷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피부와 머리카락은 패션 디자인을 구성하는 중요한 조형 요소로서 옷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옷을 입거나 디자인 할 때는 옷을 입는 사람의 피부색과 머리카락의 색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화려한 옷
아르마니는 옷을 제2의 피부라 했지만 아름다운 옷을 입었을 때의 그 만족스러움을 생각하면 옷은 피부의 차원을 한참 넘어선다고 할 수 있다. 피부가 신이 우리에게 선사한 선물이라면 옷은 사람이 사람에게 선사한 대단한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축복도 아무한테나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한테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세심하게 살피고 노력을 기울여야야만 축복으로 돌아오는 것이 옷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화려하고 아름다운 옷은 옷을 입은 사람의 몸과 마음도 만족시킬 뿐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그림1의 옷은 화려한 색상이 무척 돋보인다. 분홍색과 붉은색, 녹색, 파란색 등이 어울려서 극도의 화려한 모습을 만들고 있다. 옷의 매력이 피부와 다른 것은 이런 점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입는가에 따라서 이렇게 사람을 극도로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게 할 수도 있다. 특히 같은 모양의 옷이라 하더라도 색의 구성에 따라 옷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옷에서 색은 거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그림1의 디자인은 그런 점에서 무척 화려한 색으로 조율이 잘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그림2의 디자인 역시 화려한 색상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귀티가 좔좔 흐르는 분위기다. 모델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팽창하고 있는 화려한 인상은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듯하다. 녹색의 목걸이, 청록색의 재킷이 이렇게 화려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청록색 바지의 금속성 질감도 세련되고 화려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일조를 하고 있다.
잠시 눈을 가다듬고 옷의 색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도 화려한 색이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그림2의 패션 디자인은 그림1의 패션 디자인과 달리 색이 다양하지 않다. 분홍색이나 빨간색처럼 화려한 색이 들어간 것도 아니다. 거의 녹색 계통의 색으로 획일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단조롭다. 겨우 청록색 상의에 보라색 무늬 정도가 들어있어서 약간의 변화를 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청록과 보라색은 파란색의 인접색에 가까운 색들이라 그리 대비가 심하지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디자이너가 어떤 마술을 부려 놓았길래 이처럼 색이 화려하고 풍성해 보이는 것일까?
이 그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옷이 아니라 모델의 얼굴과 머리카락이다. 단조로운 녹색 계통의 색 위로 밝은 핑크와 연한 오렌지색의 머리카락이 화사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이것은 마치 숲 속에서 꽃이 피어난 것처럼 보인다.
이 패션 디자인은 옷을 입는 사람의 피부와 머리카락의 색을 고려해서 색을 구성한 고난도의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화려함인데도 그림1의 패션 디자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 옷을 한국 사람이 입으면 어떻게 될까?
흔히 해외 유명 명품 패션들도 한국 사람이 입으면 소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피부와 머리카락의 색이 안 맞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아무리 값비싼 명품이라도 순식간에 싸구려 티가 나게 된다.
낮은 채도의 피부색과 옷의 색깔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간 채도에 약간 애매하게 어두운 색을 가지고 있다. 색으로 보자면 그다지 개성이 강한 색이 아니며, 크게 눈에 띄는 색이 아니다. 이런 특징은 옷을 입을 때 그리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눈에 띄는 색의 옷을 입으면 옷을 입은 사람이 오히려 위축되고 돋보이지 않게 되기 쉬우며, 피부의 밝기에 맞추어 옷의 밝기를 맞추어 입기가 까다롭다. 조금만 애매해도 피부와 옷 색깔이 뭉쳐 보이기 쉽다. 아주 어두운 색의 옷이나 아주 밝은 색의 옷이 아니라면 맞추어 입기가 까다롭다.
피부색도 피부색이지만 머리카락의 색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대부분 머리카락의 색이 검은색에 가깝기 때문에 얼굴색과 머리카락의 색이 강렬한 명도 대비를 이룬다. 이미 목 위 부분에서 강하게 명도 대비가 한번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아래에서 어떤 색상의 대비가 가해지게 되면 전체적인 색의 조화가 깨져 버릴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특징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일 수도 있다. 피부의 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데, 얼굴이 하얀 편에 홍조가 있는 경우라면 중간 명도의 옷을 받쳐 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림3의 패션처럼 홍조를 띤 피부에 대비가 될 수 있는 파란색 계통의 옷을 매치해 주면 설사 머리카락의 색이 검은 색이더라도 잘 어울릴 수 있으며, 오히려 머리카락의 색이 강하게 대비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는 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머리카락도 어둡고 피부톤도 어두운데 이런 배색을 하게 되면 그리 좋아 보이기 어렵다. 대신에 이런 따뜻한 느낌이 나는 피부를 가지고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라면 검은색의 옷은 좀 피하는 것이 좋다. 잘못하면 머리카락과 옷이 한통속이 된 상황에 얼굴만 동동 떠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굴이 다소 검은 톤이라면 검은색의 옷은 권할 만하다. 얼굴의 색이 좀 어두운 편인 사람이라면 아예 검은색의 옷이나 아예 흰색의 옷을 입는 것이 속편하다고 할 수 있다. 명도 대비를 강하게 가져가게 되면 피부톤의 애매한 부분이 가려지고 오히려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은색의 머리카락이 얼굴 피부와 강한 명도 대비를 이루기 때문에 목 아래로 흰색 옷을 매치하게 되면 오히려 얼굴이 부각되고 전체적으로는 우아한 기운을 감돌게 할 수 있다.
한복 특히, 선비들이 입었던 옷을 보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옛날 선비들이 입었던 옷을 보면 머리에 검은색 갓을 써서 명도 대비를 강하게 해주고 있으며, 어깨에서부터 발끝까지는 하얀색 두루마기를 입어서 검은 색과 흰색이 면적 대비와 명도 대비를 동시에 이루고 있다. 이런 옷은 머리카락의 색이 밝고 피부가 밝은 서양 사람이 입으면 대비 관계가 깨지기 때문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머리카락이 검고 피부의 채도가 낮은 사람이 입었을 때만 대체로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발하게 되는 디자인이다. 서양 사람들은 피부색도 밝고 머리카락색도 밝아서 모든 옷이 다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이처럼 옷의 디자인이 어떤가에 따라서 어울림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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