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윤, 글로벌 '망고'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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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프로에게 주는 망고 패션어워드 ‘보턴’ 대상 수상

2009-05-11 오후 6:48:59





언론인들에게 퓰리처 상이 있고 건축가들에게 프리츠커 상이 있다면, 패션인들에게  최고의 영예와 더 넓은 세상으로의 비상을 꿈꾸게 하는 상에는 망고의 패션어워드 “보턴”이 있다.

업계 최고의 30만 유로(약 5억원)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은 뒤로 하고라도 이 후 망고와의 제휴로 전 세계의 망고 매장에 자신의 이름이 달린 패션을 모든 이들에게 입힐 수 있는 패션인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영광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처럼 진정한 프로에게 주는 망고 ‘보턴’ 상의 주인공으로 한국의 이진윤 디자이너가 가장 높은 점수로 대상을 차지해 지난달 29일 시상식을 가졌다.

또한 10명의 최종 후보자들 중 최연소인 뉴질랜드 한국계 제하 알렉스 김이 들어있어 한국 파워를 실감케 했다. 2위는 Peter Pilotto & Christopher de Vos, 3위는 영국의 중견 디자이너 Jean Pierre Braganza가 차지했다. 2위와 3위에게는 명예만 주어질 뿐 상금은 없다.

이번으로 2회째를 맞이한 ‘보턴’은 세계적인 브랜드 망고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 접어든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사업을 일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기회를 주기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해마다 한 번씩 시상하는 이 상은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참가하고 싶고 손에 쥐고 싶어하는 상이다. 한 번에 인생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황금과 명예를 다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렇다고 모든 디자이너들이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5살 미만의 신청 전에 반드시 2시즌 이상의 컬렉션을 진행한 디자이너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프로들의 게임인 것이다. 물론 신청자는 전 세계에 산재한 다재다능을 타고난 실력가들 뿐. 현재 각자의 나라나 런던, 뉴욕, 바르셀로나, 도쿄, 앤스워프, 로스앤젤스, 비엔나등의 컬렉션에서 실제로 컬렉션을 진행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다.

우리의 이진윤 디자이너와 같이 한국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듯이 자신의 영역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경합장이다. 반년 동안 공모 디자인을 접수하고 다시 6개월 동안 그 중에서 추려진 10명의 수상 후보자들이 가려진다. 그 후 다시 6개월을 10명의 디자이너들이 각 10벌씩의 디자인을 내어 최종 경합에 들어가 최후의 승자를 걸러내는 깊이있는 콘테스트이다.

으례 국내건 국제건 콘테스트에는 심사위원들의 입김이 작용하기 마련이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의 들러리는 되지 않겠다며 참가를 거부하는 디자이너도 많다. 이러한 뒷말이 있었던 탓인지 이번에는 유럽 심사위원은 다 빼고 미국의 오스카 데 라 렌타, 미국 마리클레르의 니나 가르시아 편집장, 모델 제리 홀 등 유럽 잔치라는 인식을 희석시켜주었다. 이로 인해 정도를 걷는 공평한 심사라는 인식도 생기고 더불어 어워드의 위상도 한 단계 높아졌다.

다음은 ‘보턴’ 수상자 발표에서 새벽까지 이어진 파티 축제 내내 한국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동행 취재한 필자와 우리의 진정한 챔피언 이진윤 디자이너와의 일문일답이다. 


- 패션인사이트를 대표해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번 수상작의 콘셉에 대해 설명한다면?

“조선시대의 갓과 미켈란 젤로의 부조, 19세기 서양의 콜셋을 믹스한 것을 기본 콘셉으로 잡았습니다. 갓은 투명해서 상투를 뚫어 볼 수 있지요. 미켈란 젤로의 작품집과 벽에 부조된 그의 작품을 본 순간 영감이 떠 올랐습니다. 제 옷을 보면 재킷의 칼라가 부조와 같이 몸에 붙었다 떨어져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부조와 같은 입체감을 작품에서 표현해 볼 수 있을까를 연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19세기의 콜셋으로 훼미닌한 특성을 넣고 싶어 런던 빈테지 숍과 런던 아트 컬리지에서 한달 동안 그 시대의 책을 보며 연구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갓이 갖는 시스루 소재와 미켈란 젤로의 부조기법과 19세기의 콜셋 기법까지 모두 동원, 그러니까 동·서양을 어우른 콘셉이라고나 할까요. 소재를 매우 고급스럽게 사용했습니다.” 


- 작품을 만들면서 「망고」라는 브랜드를 인식하고 디자인을 했나?

“전혀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거액의 상금을 건 국제 콩쿨을 망고의 이지 캐주얼한 이미지에 걸맞는 옷이나 찾으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스타일링이나 패턴력 등 기본이 탄탄한 작품에 점수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 상품성과 작품성중 어느것을 우선 생각했나?

“상품성이 없었다면 어떻게 우수하다고 선발을 했겠는지요? 상품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가격이 문제이지 디자인이 커머셜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르마니와 같은 작품이 망고의 협력으로 모든 이들에게 입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프리츠커 상이나 퓰리처 상보다 더 많은 30만유로를 상금으로 받았는데.

“우선 이 콩쿨을 준비하느라고 1년 동안 세상과 연락을 끊고 작품에만 몰두했습니다. 비싼 소재를 사느라 진 빚도 있고요. 물론 상금에 비하면 너무나 약소하지만요. 뉴욕에서 액세서리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전개될 컬렉션은 옷과 액세서리를 론칭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작품을 위해 비싼 소재를 마음껏 사도록 하겠습니다. Bjoun by JeanYoun Lee 이름의 건물도 마련하고 싶고… 제 브랜드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곳에 아낌없이 사용하겠습니다.”


- 상을 받고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스쳐갔나?

“제일 먼저 제 후배들을 생각했습니다. 나처럼 한국에서만 공부를 해도 얼마든지 국제무대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된 것이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사실 저보다 실력이나 재능있는 후배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어쩌면 저런 생각을 해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부럽고 감탄을 자아 낼 만한 실력이 있는 후배들입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항상 2등으로 밀려나곤 하지요. 이번 수상이 인내하고 열심히 정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 미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꿈이 있습니다. 제가 코코샤넬을 좋아하는데 한국사람으로는 최초로 샤넬같은 하우스를 맡아서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정말 잘 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을 단 라벨의 옷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입혀보고 싶습니다.” 


- 한국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은?

“패션계에 입문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10년은 꼬박 인내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이 과연 바른길이고 지름길인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을 봐도 그 때 그 때의 과정마다 손익을 재고 손이라는 판단이 들면 금방 방향을 바꿉니다. 항상 후배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인내와 열정이 있다면 금전도 명예도 언젠가는 내쪽으로 오게되어 있다고. 열정이 없었다면 10년이라는 세월을 인내하기가 힘들었겠지요. 이러한 열정은 언젠가는 열매를 맺어줄 날이 올 것입니다.”



스페인 이광복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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