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 입는 것도 이제는 만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요즘 나오는 패션 책들을 보면 심리학이나 역사학처럼 옷 입는 것도 복잡한 논리와 법칙이 종횡으로 작용하는 어려운, 그러나 반드시 숙지해야 할 교양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책에 기술된 데로 옷을 입으려면 번 돈을 모두 옷에 투자해야 흉내라도 낼 수 있지 싶다. 그렇다면 이것은 교양이 아니라 호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책에 써진 대로 옷을 챙겨 입어도 생각보다 좋은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하고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각하기 어려운 부분이 피부의 색이다.
사실 옷차림의 70% 이상은 색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피부의 색은 옷의 색을 선택하는 데에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얀 피부의 외국 모델만 보다보면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서 자기 피부색에 대해 색맹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옷을 보기 전에 우리의 피부가 어떤 색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자기 피부색 찾기
동양인의 피부는 백인에 비하면 노랗고 흑인에 비하면 하얗다. 좀 더 세분화하면 동남아인보다는 동북아 사람이 하얀 편이다. 어쨌거나 한국 여성이라면 하얗고 잡티 없이 뽀얀 피부를 동경하거나 일부는 일부러 피부를 그을려 까무잡잡해 보이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런 우리의 얼굴색을 돋보이게 해주는 색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옷을 조형적인 관점에서 분석을 했다면 이번엔 색으로 옷과 그 옷을 입는 사람과의 관계를 조명해 보자.
자신의 체형과 어울리는 실루엣의 옷을 찾는 것이 중요 하듯이, 우선 자신과 어울리는 색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외우기 보다는 색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리만 알면 상황과 때에 따라 원하는 색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Cool톤·Warm톤의 원리와 배색법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피부톤 구분법을 살펴보자. 화장품업계에서는 13호, 21호, 23호처럼 밝기에 따라 피부톤을 나누기도 하고, 요즘은 쿨(cool)톤, 웜(worm)톤으로 나누기도 한다. 대개 분홍색을 얼굴에 대보아서 화사해 보이면 쿨톤, 오렌지색에 더 화사해 보이면 웜톤이라고 구분한다.
그래서 쿨톤은 실버, 바이올렛의 색이 어울리고 웜톤은 브라운 계열의 색이 어울린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정확하게 색의 원리와 일치하기 때문에 단순히 암기 하는 것 보다는 색의 원리를 이해하면서 적용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다.
웜톤이나 쿨톤이나 모두 빨간색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빨강에 노란색을 섞으면 주황, 하얀색을 섞으면 분홍색이 된다. 우리의 피부색을 색상으로 만들려면 빨강과 노랑, 하양, 그 외의 색들을 밝기와 탁함을 조절해가며 섞으면 된다.
우선 색상환을 보면 빨강을 중심으로 양옆에 주황과 자주색이 놓인다. 노랑을 섞으면 주황색, 파랑을 섞으면 자주색이 된다. 이때 피부색이 노란색 쪽으로 넘어가는 색에 가깝다면 웜톤, 파란색 쪽으로 넘어가는 색에 가깝다면 쿨톤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다시 색의 밝기와 색의 탁하기를 계산하면 다양한 피부색들이 각각 어떤 좌표에 속하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일단 피부색의 좌표가 확인되면, 이 색들과 어울리는 색을 찾으면 된다. 우선 웜톤에 속하는 피부색에는 노란색이 많이 섞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피부에는 귤색, 주황색, 노란색, 연두색 등 빨간색에서도 노란계열의 빨간색이 잘 어울린다. 그에 비해 약간 창백해 보이는 쿨톤의 피부색에는 다량의 하얀색과 소량의 노란색이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파랑색은 섞이지 않았으나 웜톤에 비교해 차가워 보인다. 따라서 쿨톤의 피부에는 빨간색에서도 파랑색 계열의 색 즉, 자주, 보라, 남색, 파랑, 청록색 등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좋게 말해 혈색이 좋거나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이런 인접색을 활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감추고 싶은 홍조나 검게 탄 피부를 오히려 더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보색의 효과
좀 더 변화를 원한다면 보색을 추천한다. 보색이란 색상환에서 반대편에 있는 색이다. 서로의 공통점이 전혀 없기 때문에 반대되는 색이란 뜻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보색의 보(補)는 ‘돕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보색을 잘 활용하면 아무리 얼굴색이 칙칙해도 금방 화사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같이 자연스러운 화장이 유행하기 전, 하얀 얼굴을 만들기 위해서는 메이크업 베이스를 택할 때 얼굴에 붉은 기가 있는 사람은 초록색 베이스를, 얼굴에 노란색이 돌면 보라색 베이스를 사용하라는 공식이 있었다. 붉은색의 보색은 녹색이고, 노란색의 보색은 보라색이다. 결국 보색의 원리를 이용하여 화사해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잘 쓰지 않던 보라색 볼터치를 이용해 얼굴을 화사하게 표현하는 메이크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노란 기운이 많은 동양인의 피부에 보색을 사용하여 화사하게 보이려는 같은 방식의 화장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색의 원리만 잘 이해하고 있으면 황인종의 노란 얼굴이, 안면홍조가 있는 사람의 붉은 얼굴이, 조금만 빛을 쐬도 까맣게 되는 사람이 백인처럼 하얗게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색이 예쁠까 보다는 어떤 색이 나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기 때문에 훨씬 건설적이고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방법을 옷에 적용하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대답은 ‘예스’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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