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의와 대비시켜라
다리는 원통이 아니다. 뼈와 근육으로 구성된 다리는 일정한 굴곡이 있다. 아무리 마른 다리라도 뼈의 형태에 따라 원통 형태로 뻗지 않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부분과 두꺼웠다 가늘어 지는 부분이 생긴다. 이러한 굴곡진 부분들을 잘 활용하면 자신의 원래 다리 형태를 더 돋보이게 하는 치마의 길이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치마를 길이별로 구별해 보자면 마이크로(micro), 미니(mini), 니(knee), 왈츠(waltz), 맥시(maxi 또는 ankle), 플로어(floor) 등으로 구분된다. 영어단어를 해석하면 결국 치마 길이가 신체의 어느 부분까지 오느냐로 구별되는 것이다.
상의와 대비 효과를 내기 좋은 것은 아주 짧거나 아주 긴 치마이다. 상의와 면의 크기가 대비되니 약간만 절제하면 세련된 룩을 완성시킬 수 있다. 디자인의 요소 중 간과하기 쉽지만 잘만 사용하면 큰 효과를 내는 것이 이 ‘대비’ 이다.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대로 옷을 입을 때 절제의 고삐를 놓아버리고 자신이 가진 것 중 좋은 것들은 다 걸쳐본 경험이 누구든 있을 것이다.
‘Less is more’라는 말도 있듯 덜 할수록 좋다는 말은 결국 대비를 이용해 옷을 입는 방법을 말한다. 케이트 모스가 세기의 아이콘이 된 것도 계속 뭘 더해서가 아니라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걸친 것을 다시 뺐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사설이 길어졌지만 이 대비 효과를 내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면적의 대비, 색의 대비, 화려하거나 단순한 장식의 대비, 소재 대비 등이 그것이다.
미니스커트나 그보다 더 짧은 마이크로 미니의 경우 면을 이루는 부분이 아주 작아지게 된다. 즉 정면에서 볼 때 허리, 엉덩이, 골반 부분에 아주 작은 사각형 면이 생기고 그 밑으로 다리가 드러나게 된다. 이런 치마를 입을 때는 상의가 큰 옷을 매치하는 것이 세련됨을 잃지 않고 쉽게 코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대로 발목 길이나 땅에 끌릴 만큼 긴 치마는 짧고 간결한 상의와 매치하면 대비 효과를 줄 수 있다. 여기에 헐렁하고 편안한 옷을 입겠다고 긴 상의를 입는다면 일단 면적이 비슷해 지므로 면적 대비, 그에 속하는 특성인 색상 대비는 효과적으로 줄 수 없다.
오히려 같은 색인데 소재로 대비를 준다거나 한쪽은 복잡하게, 다른 쪽은 단순하게 장식의 차이를 주는 것이 좋겠다. 그림을 통해 이러한 코디네이션이 어떻게 보이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긴 상의에 긴 치마를 입는 것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입어서 표현하고 싶은 것이 남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지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옷을 입을 때 어떤 효과를 주는지 알고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또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키이다. 키가 작거나 크거나 면적 대비를 이용해 옷을 입으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하지만 키가 큰 사람이 면적이 큰 치마와 큰 상의를 입으면 키도 큰데 면적도 커져 자칫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다.
반대로 키가 작은 사람이 큰 치마와 큰 상의를 입으면 옷에 짓눌려 보일 수도 있다. 메리 케이트 올슨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녀의 스타일링은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면적 대비보단 질감 대비를 주었거나 잘 계산된 면적, 색상의 비례 등을 이용한 예라 하겠다. 그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승화시켜 세계적 패셔니스타로 등극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무작정 스타일을 따라하기보단 그 옷을 입는 원리를 파악하면 어떤 스타일로든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미묘한 치마 길이의 세계
그 다음으로 무릎 길이의 치마가 있는데 이 무릎 길이라는 것이 아주 묘한 위치이다. 지금처럼 미의 관점이 서구화된 시점에서 종아리 길이가 허벅지보다 짧은 동양인의 신체구조상 무릎 길이의 치마는 예민하게 다루어져야 되는 부분이다.
사실 무릎이라 불리는 신체 부위가 점도 아니고 직선도 아니고 어느 정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헌데 이 무릎 위에서 끝나는 치마냐, 무릎을 가리느냐가 좀 더 단정해 보인다던지 정숙해 보인다던지 하는 이미지 차원을 넘어 전체 신장의 비례를 어떻게 나누게 되는지가 판가름 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 10cm 내외의 부위로 다리 길이가 더 길어 보일 수 있는지, 원래보다 짧아 보일지 결정된다는 것이다.
옷을 입으면 머리부터 골반, 골반부터 발끝까지 2등분으로 나누거나 머리에서 허리, 허리부터 무릎, 무릎부터 발끝까지 이렇게 세 부분으로 신체를 나누게 된다. 일반적으로 2등분은 바지를 입었을 때, 3등분은 치마나 짧은 바지를 입었을 때 나뉘게 되는 비율이다. 이 신체를 3등분할 때 하체의 비율을 결정짓게 되는 것이 치마 길이이다.
그런데 이 비율이 1:1:1로 나뉘느냐 좀 더 황금비를 이루며 나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구두와도 관련이 되는 문제이므로 무릎이 덮는 길이로 입어라, 무릎을 보이게 입어라 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직접 입어보고 비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단, 우선적으로 다리가 길어 보이고 싶다면 치마, 스타킹, 구두의 색을 통일 시키면 된다. 1:1:1 이었던 비율이 1:2가 되기 때문이다. 종아리 중간쯤 오는 치마는 종아리의 굵기와 관계되면서 도전하기 어려운 길이가 되어 버린다.
물론 치마가 유행에 따라 길이가 들쭉날쭉 하는 품목이지만 이 종아리 중간 길이는 입고 싶어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내 몸에 맞게 잘만 입으면 고상하면서 다리도 얇아 보일 수 있으니 한번 눈여겨보자.
허리선의 중요성
치마 길이를 결정하는데 밑단이 전체적인 실루엣을 결정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부분이 허리선이다. 가장 잘록하게 들어간 부분을 중심으로 허리선이 가슴 아래까지 올라가면 하이웨이스트, 밑으로 내려가면 로우웨이스트 스커트가 된다.
사실 허리선이 높은 것이 다리가 길어 보이는데 더 도움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서양인에 비해 허리의 가장 가는 부분부터 다리 가랑이 사이까지가 긴 동양인이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입는다고해서 다리가 더 길어 보인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치마로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적으로 치마라는 것이 가랑이를 가려주기 때문에 다리 길이에 착시 효과를 충분히 줄 수 있다. 단, 하이웨이스트지만 타이트스커트라면 긴 허리의 실루엣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따라서 하이웨이스트에 엉덩이가 풍성하게 퍼지는 A라인 개더 스커트를 입으면 확실하게 자신의 단점을 가려주는 옷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하이웨이스트 스커트를 입어야 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하이웨이스트 스커트는 허리선을 강조하므로 배가 날씬하고 다리가 두껍다면 하이웨이스트에 A라인 스커트를, 허리가 두껍고 다리가 날씬하다면 로우 웨이스트에 미니 스커트를 입는 식으로 자신의 신체적 장점은 부각되고 단점은 가려지게 입어야 된다. 옷은 신체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는 명제와 자신의 신체적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서 가려 입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항상 생각하라.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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