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파리에서 열린 ‘이상봉 09/10 추동 컬렉션’을 참관한 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패션 저널리스트 힐러리 알렉산더 여사는 디자이너 이상봉을 ‘한국의 알렉산더 맥퀀’이라는 제목으로 대서 특필했다. 또 세계적인 사진작가 엘렌 폰 운베르트는 쇼가 끝난 후 백스테이지까지 찾아와 ‘환상적인 컬렉션’이었다고 극찬했다.
프랑스 르피가로는 쇼 다음날 발행된 컬렉션 리뷰 코너에 발렌시아가·랑방·비비앤 웨스트우드·마르탱 마르지엘라·요지 야마모토 같은 유명 디자이너 대신 이상봉 컬렉션 특집을 게재하는 파격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한 마디로 ‘적자 생존’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이번 이상봉 파리 컬렉션은 전세계 패션 피플들의 스포트 라이트를 한 몸에 받을 정도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먼저 한국산 까치호랑이를 형상화한 호피 무늬 옷으로 시선을 압도한 이상봉은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와 ‘단오풍정’이 새겨진 독특한 색감의 옷으로 또 다른 감흥을 선사했다.
이상봉 쇼는 초청장부터 남달랐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입체적 팝업 카드 형태의 인비테이션에 한 명의 여성과 원시 정글 속 호랑이를 담아 새로운 컬렉션 탐험으로 인도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한국의 알렉산더 맥퀀’답게 그는 영부인의 옷을 입히고 비욘세·린지로한·디도 같은 세계적 스타들에게 창조적 스타일을 입히는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이번 이상봉 컬렉션의 메인 테마 중 하나는 토종 까치호랑이. 30년 전에 멸종된 호랑이를 패션으로 승화시켜 재탄생 시킨 것. 그는 브론즈 컬러의 호랑이 패턴 가죽을 레이저로 재단했는가 하면, 블랙 가죽에는 호피 무늬 장식으로 수 놓아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부츠에도 호피 무늬가, 핸드백과 트렌치 코트에도 호피 무늬를 아로새겨 신비스러움을 더했다.
어깨에 볼륨을 준 디자인도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에 유행한 도전적 이미지의 파워 숄더를 팜므파탈 수트와 코트로 재현했으며, 고대 전통의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레이저 컷 장식과 테솔, 숄트 마이크로 프린지, 주름장식 등으로 과장된 숄더 디테일을 완성했다.
파리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상봉은 다음주엔 영국으로 날아간다. 4월 초 런던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대규모 전시회와 캣웍쇼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번 행사에는 세인트마틴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아들 청과 딸 나나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색다른 의미를 더해준다.
“해외 컬렉션에서 내공 쌓아야
진정한 디자이너”
“세계적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우선 파리 무대에서 인정을 받아야지요. 그 첫 단추가 파리 컬렉션과 프레타포르테 전시회에서 전 세계 바이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입니다. 해외 전시회에서 내공을 쌓은 후 컬렉션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야만 글로벌 디자이너로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이상봉이 ‘Liesangbong Paris’ 브랜드로 파리 컬렉션 쇼룸 상담을 통해 기대 이상의 수주 실적을 거두고 금의환향했다. ‘Liesangbong Paris’는 지난 10년간의 전시회 참가와 6년간의 파리 컬렉션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모티브를 서양복 스타일에 접목시켜 호평을 받아왔다.
우리나라 ‘한글’을 패턴화해 파격을 선보인 그가 이번엔 한국산 호랑이에서 영감을 받은 호피 무늬, 신윤복의 미인도, 단오풍정 그림 등을 옷에 새겨 또 다른 신비스러움을 연출했다.
미디어쪽에서만 찬사를 받은 게 아니다. 차세대 유망 시장으로 떠오른 중동지역 바이어들이 자기에게 독점 판매권을 달라며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상봉 부스가 꾸며진 아트모스피어관은 세계 각국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가 총 집결, 전시하는 곳으로 빅 바이어 대부분이 이곳에 직접 들러 현장에서 구매 여부를 즉시 결정한다.
이상봉은 전시 부스와 쇼룸 상담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많은 양의 오더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피가로 패션 에디터는 “이제 팔리지 않는 옷은 의미가 없는 시대가 왔다”면서 “그런 점에서 ‘Liesangbong Paris’는 파리에서도 통하는 유명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난 오뜨꾸튀르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는 옷은 결코 사랑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김우현 기자
whk@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