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에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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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 (21)

2009-03-13 오후 4:24:11




레드 카펫이라면 아무래도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이 질과 양에 있어 단연 엄지를 올릴 만하다. 마침 할리우드에서 많은 스타들이 붉은색 카페트를 뜨겁게 달구었다고 하니 이번 주는 해외 시상식으로 눈을 돌려 보도록 하자. 할리우드 스타들은 레드카펫 위에 어떤 옷을 올려놓았을까?


비대칭·분할이 주는 축소 효과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히로인 ‘프리다 핀토’는 지난주의 손예진과 같은 시도를 했다. 목선이 비대칭으로 파인 드레스를 입었기 때문에 상체에 다소 강렬한 비대칭 동세가 흘렀다. 따라서 레드 카펫에 오른 다른 옷들보다 시각적으로 두드러져 보였다.

그리고 보는 각도에 따라는 정숙한 느낌에서부터 섹시한 느낌까지 다양하게 표현하였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왼쪽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깨부터 긴 소매까지 천으로 덮인 드레스이지만 조금만 몸을 틀면 오른쪽 어깨가 훤하게 드러나서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다른 점이라면 손예진의 드레스가 어깨부터 가슴까지 하나의 비대칭 선으로 쭉 이어져 내려와 시원한 동세를 형성했다면 프리다 핀토의 드레스는 일종의 홀터처럼 왼쪽 가슴 위에서 나온 선이 오른쪽 목으로 올라가 가슴 위 부분을 다시 잘게 나눠준다. 이렇게 옷을 이루는 형태의 면적이 잘게 분할되면 상체가 아주 작아 보이게 된다.

어깨가 넓은 사람이라면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되겠다. 그리고 목과 가슴을 연결하는 이런 선은 목걸이 라인과 겹치기 때문에 따로 목걸이를 할 필요가 없다.

‘케이트 윈슬렛’의 드레스는 비대칭적 형태를 넓은 몇 개의 평면적인 면으로 나누어서 변화를 꾀했다고 할 수 있다. 정면에서 보면 그녀의 드레스는 질감에 따라 크게는 좌, 우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 안에서도 가로, 세로로 여러 개의 면들이 시원시원하게 나누어지고 있어서 보는 사람의 눈을 사방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우선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왼쪽 가슴으로 내려가는 드레스 윗부분의 형태는 역동적인 비대칭적인 선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이나믹한 느낌을 준다. 드레스의 왼쪽 부분은 전체적으로 광택이 도는 회색 소재로 으로 어깨 위에는 검은색 장식이 달려 있다.

오른편은 뷔스티에 형의 상체 부분과 회색 면 위에 검은 레이스 장식을 단 치마 부분으로 되어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오른쪽 부분에 프린세스 라인(여성의 신체에 밀착되는 실루엣을 만들기 위한 절개선)을 경계로 두 부분의 광택감이 다르게 나타난다.

새틴 이라는 소재의 특성을 이용하여 색이나 소재 변화가 아닌 광택만으로 면 분할을 꾀한 것이다. 이런 처리로 인해 보는 각도에 따라 각각의 명암들이 짙게 들어가서 몸이 축소되어 보이는 효과를 냈다.

정리하자면 정면의 가운데 상체 부분은 목선은 비대칭이지만 아래는 벨트와 밑단이 수평으로 정리 된 느낌이고 오른쪽과 왼쪽 측면은 정면과는 다른 광택감으로 각도에 따라 색이 짙어 보이기도하고 밝아 보이기도하면서 면 분할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왼쪽 측면 치마 부분에 검은 망사를 덧대어 다시 한 번 면을 분할하고 있다. 여우 주연상도 탔지만 이렇게 이야기 거리가 많은 옷을 선택한 케이트 윈슬렛의 탁월한 안목에 박수를!


깊이의 조건

예술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깊이의 추구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패션에서도 그러한 깊이를 추구하기 위해, 즉 입는 사람이 (깊이) 있어 보이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심어 놓는다. 그 깊이감을 주기 위한 방법이 두 가지 적용된 사례가 있다.

‘메릴 스트립’이 입은 옷을 보자. 레이스나 비즈, 보석 장신구 등 특별한 장식 없이도 우아하면서 뭔가 있어 보인다. 왜 그럴까? 또 한 명의 배우, ‘틸다 스윈튼’의 옷도 같이 살펴보자. 그녀의 의상 또한 장식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미니멀한 것도 아닌데 우아하다. 왜 그럴까? 

첫째는 자연스러운 주름에 있다. 피부에서는 그토록 없애고자 하는 주름이 옷에 적용이 되면 순식간에 입은 사람에 깊이가 있어 보이기 시작한다. 풍성한 천을 자연스럽게 주름잡음으로써 생기는 명암과 요철의 형상이 여유 있게 몸의 활동성을 보장하면서 우아함을 야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리스 시대의 복식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와 같은 원리이다.

색 또한 깊이 있어 보이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메릴 스트립의 의상은 회색인 듯하지만 조명에 따라 베이지 톤도 느껴진다. 틸다 스윈튼의 색은 일반적으로 살색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 색상의 위치를 따지면 둘 다 채도는 낮고 명도는 높은 색이다. 쉽게 말해 탁하지만 밝은 색인 것이다. 이러한 색들은 색을 규정하기 어렵고 보는 사람에 따라, 조명에 따라 미묘한 느낌의 차이가 발생한다.


레드 카펫에서 레드를 입다

이번에는 색으로 드레스를 분석해 보자. ‘에이미 아담스’와 ‘하이디 클룸’은 둘 다 붉은 드레스로 비슷한 색상을 선택했지만 자아내는 분위기는 상반된다. 색도 미묘하게 다르지만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에이미 아담스는 명도와 채도가 약간 낮은 드레스를 선택하여 우아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목 전체를 두텁게 감싸는 목걸이와 함께 상체부분에만 약간의 선 장식을 주어 시선을 위로 올린다. 전체적으로는 몸에 달라붙어 가늘고 길어보이는 실루엣이며 밑단을 길게 늘어지게 한데다 색마저 레드 카펫과 비슷하여 키를 더 커 보이게 한다.

이에 비해 하이디 클룸은 좀 더 원색에 가까운 빨강색 드레스이다. 대칭형의 우아함을 선택한 에이미 아담스에 비해 하이디 클룸은 역동적인 느낌이 강한 비대칭형 드레스를 선택했다. 모델 출신이라 키를 커 보이게 한다든지 하는 몸매의 단점을 보완하는 전략이 아닌 어떻게 하면 멋진 몸매를 더 멋지게 보일까하는 전략을 쓴 듯하다.

왼쪽 어깨와 다리가 매력적으로 드러나게 재단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마치 꽃잎에 감싸여져 있는 듯 하다. 직선으로 커팅 된 빨간 치맛단 안으로 곧고 가는 다리가 더 강조되어 보인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신체가 많이 드러난 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왼팔에 번쩍번쩍한 팔찌와 큼지막한 반지를 착용한 것도 전략적 측면이 엿보인다.

물론 살이 많이 드러난 왼쪽에 비해 천으로 가려진 부분이 많은 오른쪽이 무게감이 있으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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