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한국 패션 일본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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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패션協·연세대 공동 일본 패션 유통시장 조사

2009-03-17 오전 9:04:10



한국패션협회(회장 원대연)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일본 패션유통 시장에 대한 현지 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는 협회가 지식경제부 지원 하에 연세대학교와 공동으로 추진중인 <해외 전략지역, 섬유·패션 비즈니스 전문인력 양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에이션패션, 참존어패럴 등 패션업체 경영자와 비전랜드, 알파섬유 등 섬유업체, 현대백화점, 연세대 등 섬유와 패션, 학계와 정책 담당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가해 일본 패션유통의 현주소에 대한 실질적인 현지조사가 이뤄졌다.

기업 경영자와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시각의 시장조사가 가능했으며 섬유와 패션, 패션과 유통, 기업과 학계, 정책 담당자 간 깊이 있는 현장 토론이 이뤄지기도 했다. 또 일본 패션 유통의 대가인 겐스케 고지마 KFM 대표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지는 등 이론과 현장답사를 겸한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협회는 오는 4월에는 중국 패션유통 시장에 대한 연수도 실시할 계획이다.

<패션인사이트>는 오는 23일자부터 백화점, 복합쇼핑몰, 패션 전문점, 가두상권, 재래시장 등 일본의 유통 채널별 현주소와 경쟁력을 분석해 연재할 계획이다. 일본 사례 분석을 통해 국내 전환기를 맞은 국내 패션 유통의 미래를 예측해 보고자 한다.


유통 채널별 일본 패션시장 현주소

이번 연수는 △백화점 △패션 전문점 △도심형 복합쇼핑몰 △재래시장 등 유통 채널별 최근 변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유통 채널별 소비자들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유통업체들의 성장추이를 살펴봄으로써 국내 유통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서다.

백화점은 최근 새롭게 단장한 신주쿠 이세탄백화점 지하2층 이세탄 잇걸(It Girl)이 주 관심 대상이었다. 잇걸은 개별 브랜드의 특색은 최대한 줄인 반면 고객 취향과 콘셉트에 따라 원스톱 쇼핑 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또 해외 명품 브랜드 없이도 바이어들의 안목과 바잉력으로 경쟁력을 만든 유락조 마루이와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를 위해 새롭게 변신한 마루이 카렌도 향후 백화점 유통의 변화 추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점포였다.

패션전문점은 신주쿠 루미네와 시부야109가 중심이었다. 루미네에서는 최근 오픈한 키슨(kitson)을 보기 위해 몰려든 소비자들이 개점 시간 이전부터 100여 미터 줄을 선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성 편집숍인 키슨은 최근 ‘섹스앤더시티’ 등 미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면서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 대상으로 부각됐다. 시부야109에서는 「마우시(Moussy)」 「세실(Cecil)」 등 스타급 브랜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또 긴자와 하라주쿠 등 패션 핫 스트리트에서는 「유니클로」 「빔스」 등 일본 토종 기업과 「자라」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 간 총성 없는 전쟁터의 전운을 느낄 수 있었다. 긴자에서는 최근 깃발을 꽂고 줄 세워 소비자를 맞이하고 있는 「H&M」과 가격에 이어 상품구색을 확대하고 스타일을 강화한 「유니클로」의 2파전이 가장 관심사였다.

에비수가든과 오리나스(OLinas)에서는 도심형 복합쇼핑몰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모건스탠리와 같은 글로벌 투자사가 참여해 중장기 계획으로 유통을 개발하는 모델은 최근 단기 투자와 근시적인 시각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이끌려 다니는 국내 패션시장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오리나스에서는 「AJ」 등 글로벌 유력 브랜드가 포진한 1층 입구에 「EXR」이 자리잡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매장에서 만난 판매사원은 “「EXR」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해 마니아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20~30대 여성들의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시모기따자와에서는 도심 재래시장의 변화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야채와 생활용품 등 생필품 위주의 재래시장이 문화와 결합하면서 매력적인 패션유통 채널로 부각한 사례에서는 디지털에 지친 일본의 젊은 소비자들이 아날로그에서 새로운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는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일본 패션산업의 파워 ‘도쿄걸즈컬렉션’

지난 7일과 8일에는 도쿄 요요기 경기장에서 도쿄 걸즈 컬렉션(Tokyo Girls Collection)과 시부야 걸즈 컬렉션이 열렸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도쿄컬렉션은 ‘No Fashion, No Life’란 캐치프레이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의 패션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5만 명을 수용하는 요요기 경기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이 일본 젊은이들로 가득 찼으며, 유명 모델이 걸어나올 때는 마치 빅뱅공연을 보는 듯 했다. 열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며 패션을 즐기고 있었다.

패션쇼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행사 참여업체 이벤트 부스에서는 갖가지 이벤트가 펼쳐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패션쇼가 시작되기 30분 이전부터 100미터 이상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었다. 행사 주최측은 이번 행사에는 이틀 동안 10만 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 행사는 모바일 통신업체와 협력해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핸드폰으로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등 이벤트와 쇼핑이 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가 패션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호흡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선도형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함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


이번 연수일정에는 일본 SPA 산업에 대한 심층조사도 함께 이뤄졌다.

일행 중 일부는 6일 오후 고지마패션마케팅(Kojima Fashion Marketing)을 방문해 겐스케 고지마(Kensuke Kojima)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고지마 대표는 지난달 한국패션협회에서 주관한 ‘글로벌 패션 포럼’에 참가해 SPA 비즈니스에 대한 강연한 바 있다.

고지마 대표는 “일본과 한국 모두 소비자 감성이 앞서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면서 “패션업체들이 이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아직도 제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특히 디자이너 감성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판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카리스마 판매사원’ 중심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상품에 대한 디자인 기획은 아웃 소싱으로 전환하고 매장 내 상품구성을 비롯한 상품기획 중심은 카리스마 판매사원 중심으로 바꿔야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디자인과 생산 시스템을 이해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카리스마 판매사원에 대한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도 주장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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