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는 머리부터 허리까지의 길이, 허리부터 무릎까지의 길이, 무릎부터 발끝까지의 길이의 비율이 비슷할 때 이상적인 몸매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비율에 맞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각 부분에 조그마한 차이만 있어도 전체의 비례는 크게 달라지고, 완전한 아름다움으로부터 까마득히 멀어진다.
그러나 신이 내린 몸매를 갖지 못한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재킷만 잘 이용하면 적어도 신의 은총을 흉내 낼 수는 있으니 이를 알고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재킷은 사람의 몸통을 가리면서 신체의 비례에 여러 가지 변화를 촉발한다. 특히 여성의 몸통은 남성과 달리 가슴과 배라는 부분으로 다시 나누어진다. 재킷은 바로 이 가슴과 배를 커버하며 사람의 인상을 결정한다.
전체 길이
지난주에 언급한 네크라인과 라펠, 어깨의 형태와 더불어 재킷의 길이 또한 옷차림의 전체적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재킷은 주로 인체의 세로 비례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길이별로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길이를 중심으로 재킷을 살펴보면 볼레로 형으로 가슴 정도의 높이에서 그 길이를 짧게 끝낼 수도 있고, 허리의 가장 좁은 부분에서 재킷의 밑단을 맞추어서 허리를 강조할 수도 있으며, 페플럼(허리선 밑으로 덧단을 대는 것)을 달아 허리 아래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재킷의 길이도 중요하지만 재킷과 맞추어 입는 옷과의 조화이다. 볼레로 재킷을 입을 때를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볼레로 형의 재킷을 입을 때는 보통 허리선이 가슴 밑으로 올라온 엠파이어 라인의 원피스와 맞추어 입는다.
재킷의 밑단선과 허리선을 일치시켜 통일감을 줄 수도 있으며, 상체를 짧아 보이게 하고 하체를 길어 보이게 하여 조형적인 대비효과를 줄 수 있으며, 아울러 다리도 길어 보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는 베이직 한 시도일 뿐이다. 만일 볼레로 재킷에 허리가 쏙 들어간 원피스를 입는다면 X라인의 실루엣이 형성되어 허리가 상대적으로 아주 가늘어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볼레로 재킷에 허리선이 엉덩이에 걸쳐진 로우 웨이스트 원피스를 입는다면 어떨까?
이때는 밑에 입은 치마의 길이가 짧은가 긴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비례미를 보이게 된다. 만일 아래의 치마가 짧다면 가슴 부분의 볼레로와 약간 긴 허리부분, 짧은 치마가 비슷한 길이로 3등분 된다. 게다가 치마 아래로 드러난 다리 길이 역시 비슷한 길이로 보여서 신체가 비슷한 길이로 4등분 되기 때문에 허리는 길어 보이고, 다리는 짧아 보여서 요즘 미인상과는 거리가 있는 자태가 되어 버린다.
치마가 발 아래까지 길게 내려온다면 가슴까지의 재킷 길이보다 그 아래 배 부분의 길이가 길고, 치마의 길이는 배 부분의 길이보다 훨씬 길어 보이기 때문에 아래로 갈수록 길어지는 점진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비례 관계가 구성된다. 덤으로 다리가 무척 길어 보이는 효과를 챙길 수 있다.
허리가 긴 사람을 위한 착시효과
편하고 무난하게 입으려고 산 재킷인데 입으면 뭔가 이상하고 마음에 들지 않고, 손이 잘 가지 않는다면 혹, 나의 몸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지난주의 글에서 지적했듯이 재킷은 서구인의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신체의 형태를 모방한 것이다. 하지만 서양인에 비해 허리가 긴 동양인들은 이렇게 서양인의 몸에 어울리게 디자인 된 재킷을 입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럴 때는 착시효과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허리가 긴 사람들이라면 일반적으로 엠파이어 라인을 입거나 벨트의 위치가 보통 허리보다 높이 달린 재킷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허리의 위치를 실지보다 높게 보이게 하여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무조건 허리선이 높다고 긴 허리를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엉덩이가 어디에서 끝나는지를 알 수 없게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엉덩이의 끝자락이 재킷의 끝단 아래로 노출된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릴 수 있다. 허리선이 위로 올라가고 엉덩이가 내려온 것으로 보이게 되면, 다리는 짧아 보이고 허리는 휘청할 정도로 길어 보이게 된다.
전체적인 비례미는 완전히 깨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때는 길이가 약간 긴 재킷을 매치해주어서 엉덩이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헴라인의 형태
어깨가 재킷 실루엣의 윗부분을 책임졌다면 가슴과 배를 거쳐 밑단에 이르는 선은 재킷의 아랫부분을 책임진다. 마찬가지로 가슴 라인을 형성하는데 라펠이 재킷의 윗부분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헴라인(밑단선)은 재킷의 아래 부분의 인상을 마무리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킷을 하나의 오브제로 본다면 완벽한 형태미를 위해서는 강조되어야 할 부분과 뒷받침 해줄 부분이 필요하다.
재킷의 구성을 가슴 선을 기준으로 위와 아래로 나누어 보면, 어깨와 라펠 부분에는 복잡하고 구조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고, 헴라인은 그러한 윗부분과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디자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어깨, 가슴 부분이 둥글둥글하게 부드러운 곡선으로 디자인 되었다면 헴라인도 통일감을 주기 위해 곡선으로 마무리한다. 반대로 헴라인을 강조하고 싶을 때는 가슴과 어깨 부분에 시선이 오래 머물지 않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재킷의 각 부분이 특정한 목적에 따라 적절히 조율된 디자인을 고르지 않으면 시선이 분산되어서 혼란스러워지고 워스트 드레서의 앞자리에 설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주요 부분의 비례나 라인의 조형적인 조화 이외에도 색, 소재, 질감, 주머니의 위치, 단추와 장식 등의 어울림이나, 이런 것들과 안감과의 관계, 트임 등이 재킷 안에서 얼마나 잘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에 눈을 뜨면 다른 옷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옷차림에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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