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이 결국 사람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라면, 얼굴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패션이 포기할 수 없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옷이 얼굴을 챙긴다는 것은 참으로 모순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해도 얼굴에서 가장 가까운 목둘레를 살핀다면 패션이 얼굴을 챙긴다는 것이 그리 막막한 일만은 아니다.
얼굴을 살리고 싶다면 목을 살피자
얼굴만 보면 누구인지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체를 이루고 있는 부분들이 한둘이 아닌데 왜 유독 얼굴만 신체를 대표하는 것일까?
더욱 신기한 것은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도 똑같지 않아서 크게 어렵지 않게 40억 인구 중에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얼굴은 사람의 인성(character)이 드러나는 가장 강렬한 부분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패션이 옷을 입은 사람의 모든 것을 표현하긴 하지만 얼굴에 비한다면 발 벗고도 따라잡기 힘들다. 예컨대 아무리 명품으로 잘 차려 입는다고 하더라도 타고난 아름다운 얼굴에는 모두 못 따라 간다.
하지만 얼굴에는 천조각하나 덮이지 않는다. 하늘의 축복을 받지 않은 몸매야 그 위에 덮이는 옷으로 어떻게 눈가림할 수는 있지만 얼굴은 패션이 직접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버린다. 그렇다면 얼굴은 패션에서 전혀 고려할 수도 챙길 수도 없는 부분인 것 일까?
그럴 수는 없다. 옷을 잘 입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함인데, 사람의 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얼굴을 빼고 어떻게 패션을 생각할 수 있을까? 설사 관련이 없다고 할지라도 뒷짐 지고 있을 사안은 아니다.
잘 살펴보면 아래로부터 몸을 감싸고 올라가는 패션이 얼굴 바로 아래에서 마무리되고, 그 위에 얼굴이 패션의 모든 인상들을 총체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이 패션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지는 않지만 모든 패션은 얼굴을 돋보이게 받쳐주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말하자면 얼굴이 작품이라면 옷은 작품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얼굴과 패션의 상호관계성을 풀어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얼굴이 그림이라면 그 아래 부분은 액자처럼 얼굴을 아래에서 보좌하고 있기 때문에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것은 이 액자 부분 즉, 목둘레 부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렇다면 얼굴과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하는 패션의 부분은 바로 목둘레이다. 이곳은 패션이 시작되거나 끝나는 가장 바깥쪽임과 동시에 얼굴과 마주하고 있는 경계 부위이다.
얼굴을 위한 액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형심리학자 루돌프 아른하임은 “본다는 것은 운동을 지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멈추어진 형태라 하더라도 그 형태가 이루고 있는 구조나 질감 등에서 우리는 어떤 조형적인 방향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둥근 원과 원호가 위 아래로 나란히 있다고 치면 우리는 이 형태를 보고 전체적으로는 둥글게 흐르는 움직임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좀 더 나누어 보면 좌우로 부드럽게 흐르는 움직임을 느끼게 된다. 이게 만약 도형이 아니라 얼굴과 목 아래의 옷의 모습이라면 어떨까? 간단한 조형원리는 곧바로 옷의 어울림에 관한 논리로 바뀐다.
동글동글한 얼굴과 그 아래에 둥글게 타고 흐르는 목선이 구축되면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느낌이 더욱 강조된다. 만일 달덩이 같은 복스러운 인상을 주고 싶다면 이처럼 둥글게 파인 목선을 가진 옷을 입으면 된다. 반면에 다소 긴 얼굴에 다소 긴 목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런 목의 처리가 얼굴도 둥글어 보이게 만들고, 목도 적당하게 보이도록 한다.
목선이 꼭 둥글게 파이라는 법은 없다. 목선이 다소 직선적으로 구성이 된다면 어떨까? 그것은 원과 삼각형간의 구성으로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원이 있고 그 아래에 역삼각형이 자리 잡고 있으면 세로 방향으로 강한 동세가 형성된다. 전체적인 어울림도 단단하고 클래식해 보인다. 좌우 대칭이 엄격한데다, 원의 둥근 모양과 삼각형의 날카로움이 서로 상쇄되지 않고 잘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 모양도 위와 마찬가지로 인체와 옷에 응용할 수 있다. 예컨대 얼굴이 둥근데, 목을 길쭉하고 날카롭게 세로로 파게 되면 형태의 대비감이 심해져서 또렷하고 명확하게 보일 수 있다. 그저 마음씨 좋은 동네 아가씨가 아니라 커리어우먼이나 개성파 여인으로 보이고 싶다면 이런 어울림이 적절하다. 특히 목이 좀 짧은 사람이라면 얼굴과 삼각형으로 파인 목 부분이 이루는 세로의 긴 동세로 인해 목을 더 길어 보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목은 길고, 얼굴도 긴 사람에게 이런 목선 처리는 그리 적절하다 할 수 없다. 예컨대 얼굴이 역삼각형에 다소 길쭉하면서 목이 긴 사람이 삼각형으로 날카롭게 파인 목의 옷을 입는다면 안 그래도 긴 얼굴과 긴 목이 더욱 길어보이게 된다.
약간의 형태 차이와, 약간의 곡률 차이만 있는 것 같지만 각각의 경우가 자아내는 시각적 효과는 천지차이다. 그림에서 액자는 그저 그림을 받쳐주기만 하지만 얼굴의 액자, 목선 처리는 얼굴의 모양을 실지 이상으로 돋보이게 할 수도 있고, 더 처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워스트 드레서가 되지 않으려면 목선부터 챙기도록 하자.
<다음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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