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실루엣으로 유행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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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 ⑧

2008-11-21 오후 8:47:34


코트는 몸의 최 외곽에서 겨울 패션을 책임진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면서도 겨울의 멋을 한껏 드러내는 아이템인 것이다.

차가운 공기에 맞서 코트가 펼치는 아름다움은 다른 계절의 옷들이 펼치는 그것에 비해 모자람이 없지만 코트의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묵직한 질감에서 우러나오는 격조에 있다. 그 격조는 크게 4가지의 틀을 가지며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데 X라인의 실루엣 다음으로 H, A, O 라인의 실루엣이 있다.



정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H라인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S라인을 최고로 꼽지만 S라인의 미학은 인간의 해부학적 특징 즉, 여성의 육체적 아름다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앞으로 튀어나온 가슴, 뒤로 튀어나온 엉덩이. 앞뒤로 튀어나온 지방의 규모(?)는 남성의 신체와 극단적으로 차별화되며 여성이 남성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드러낸다. 코트의 X라인 실루엣은 이러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여성의 육체적 아름다움이지 정신의 아름다움은 아니다. 프로이트적으로 보자면 코트의 X라인 실루엣은 인간의 본능, 성적 본능에 기댄다. 하지만 플라톤이나 아리스토 텔레스 혹은, 공자가 살았던 예로부터 존중받았던 것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런데 정신의 아름다움은 화려하고 본능적인 스타일 보다는 대개 절제되고 단순한 스타일에 녹아들었다. 그래서 육감적인 고딕이나 바로크, 로코코 건축에 비해 르네상스나 현대 건축 같이 정신성을 강조했던 건축시대에는 규모나 장식보다는 과장되지 않은 절제를 택한다.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S라인은 여성의 육체적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긴 하지만 반대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육체에, 성적본능 아래로 제한하면서 여성의 지적 아름다움을 훼손하기 쉽다. 때문에 자신의 정신적 아름다움을 보다 돋보이게 하고 싶을 때는 의도적으로 이 S라인을 누그러뜨리고 단순한 라인을 선택해야 한다.

요점은 굴곡이 심한 몸매 선을 매우 단순한 선으로 가리는 것이다. 어깨에서부터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코트로 온몸을 감싸 보자. 온몸은 순식간에 맑고 순수한 이미지와 드높은 교양으로 휩싸이게 된다. 참으로 마술 같은 현상이다.

이런 코트를 통해 여성들은 엄격하면서도 숭고한 정신으로 충만한 20세기 현대 건축가들의 건축물들처럼, 화려함이나 장식성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숭고한 분위기와 차분함으로 고품격 아름다움을 누리게 된다.

더욱이 옷에 걸 맞는 교양과 매너까지 갖춘다면 나이에 상관없는, 세월에 바래지 않는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 수 있다. H라인의 특징은 그렇다. 젊은 사람에겐 품위를, 나이든 사람에겐 현명함을 가져다 준다.

몸매를 감추면 정신이 드러난다. 건축이나 미술, 모든 예술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진리이다. 그래서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은 그렇게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감싼다.


안정적인 A라인

미술시간에 정물화를 그려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때 미술 선생님은 대개 가로로 누워있는 화면에 사과 세 개와 술병 하나를 삼각형 모양으로 늘어놓고 그리라고 했을 것이다. 삼각구도이다.

정물화를 삼각구도로 그리는 이유는 안정감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밑이 넓고 위가 좁으면 시각적으로 매우 단단하고 안정되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정물화를 그릴 때 안정감을 주고 싶다면 삼각형 구도를, 역동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선 역삼각형 구도를 선택한다.

옷에서도 마찬가지다. 삼각형 구조를 가진 A라인은 안정적이며 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깨가 좁아 보여 여성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옷도 그렇다. 어깨 부분보다 아랫도리가 넓으면 안정되어 보인다. 건실하고 우아해 보이는 것이다.

H라인이 초현실적인 정신성을 드러낸다면 A라인은 견고함에서 우러나오는 우아함을 자아내는 특징이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격조 있는 아름다움을 나타낸다고나 할까...

예컨대 대부분의 한복은 A라인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의 옷들보다 안정되고 우아한, 그리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일본의 사무라이 복장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역A라인을 가지고 있는 사무라이나 쇼군들의 옷들은 한복과는 반대로 매우 권위적이고 공격적으로 보인다. 시각적으로 매우 불편하다. 위가 넓고 크고 아래가 좁으면 시각적으로 불안해 보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사들의 복장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사방에 적을 두고 살아가다 보니 옷의 디자인에 공격성이 표출되어야 했다. 편하게 느껴져선 안 된다.

한복처럼 A라인이라면 상대가 겁을 먹을리 없다. 대부분의 한복들이 A라인으로 편안함과 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남을 위협할 일이 없었고, 오히려 덕과 품위로써 남을 감복시켜야 하는 사회였다는 것을 말해 준다.

문화의 차이에 따라 옷의 디자인이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옷의 실루엣에는 단지 유행이나 표피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이처럼 사회와 미감이 총체적으로 녹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옷은 단지 유행으로만 계측되고 재단될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A라인의 실루엣은 안정적인 아름다움을 가져다주며, 특히 치마를 입는 여성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참한 아가씨의 인상을 준다고 할까. 허리를 조여서 섹시한 여성미를 나타내는 X라인과 달리 가슴 윗부분은 밀착되고 아래로 갈수록 퍼지는 A라인은 가장 순수한 여성상이 나타났던 19세기 초의 엠파이어 스타일과 비슷하다.

따라서 A라인의 코트는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여성미로 차가운 겨울 공기를 데우고 싶을 때 매우 효과적이다.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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