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다리 패션 부츠컷, 배기 팬츠, 하이 웨이스트 이런 패션 스타일들은 모두 신체의 부족한 점을 커버하고 옷의 맵시를 돋보이게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리의 길이를 길어보이게 해서 옷을 입은 사람을 아름다워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스타일이 되었든지 길고 날씬한 다리 위에 장착된 상체는 어떤 사람의 눈에나 시원한 눈 맛과 매력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다리를 길어보이게 하는 온갖 패션 스타일들을 찾는다. 그런데 조형적으로 본다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시각적으로 좋아 보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하나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데에는 어느 한 부분의 길이가 아니라 전체적인 구조와 비례의 구성이 어떠한 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머리가 크고 몸집이 작은 1대 1 등신임에도 불구하고 보기 싫지 않다. 그러기는커녕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만일 헬로 키티 캐릭터의 다리가 8등신으로 길었다면 그렇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다리가 짧다는 것은 하나의 조형적 특징일 뿐이지 아름다움과 추함을 가리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다리가 긴 8등신을 선호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그렇게 간단치 않은 문제들이 종으로 횡으로 엮여 있다.
옷이 아니라 몸 우선 다리가 길어 보이는 일명 롱다리 패션(?)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옷 자체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옷에 의해 신체가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아름다운 옷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옷 안에 들어있는 몸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다. 옷 가게에 있는 어떠한 아름다운 옷도 주인공이 아니다. 사실은 몸. 몸이 주인공이다. 어디서 그렇게 보라고 교육받은 것도 아니지만 언젠가 부터 우리는 아름다운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옷을 입은 사람의 아름다운 몸을 보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본능 때문일까?
그게 본능적인 것이라면 아주 오랜 옛날부터 그래왔을 것이다. 하지만 100년 전, 아니 5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보았던 것은 몸이 아니라 옷과 몸이 어울린 전체적인 맵시였다. 한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복을 보면 요즘의 옷들처럼 몸매를 과장하거나 가리는 방향으로 디자인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천의 구조나 옷과 몸의 활동성, 무엇보다 의례나 격식과 같은 문화적인 이유들이 옷의 디자인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옷들은 격조와 품격이라는 지금 옷들과는 전혀 다른, 그러나 전혀 다른 종류의 매력을 한껏 머금고 있었다. 이런 옷들은 문화인류학의 문법을 충실히 따라왔다. 패션에서 옷을 입은 몸이 강조되고 그것이 패션 디자인의 주요 테마가 된 것은 우리 문화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현재의 패션들은 모두가 신체의 구조를 중심으로 디자인되고 있는 것일까? 다 큰 처녀들이 배꼽을 훤히 드러내고, 미끈한 다리를 최대한 보여주는 지금의 신체 중심의 패션을 잘못 해석하면 철없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젊은이들의 퇴폐적 유행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패션 뒤에는 노출증 같은 삐뚤어진 정신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전혀 다른 이해가 작동하고 있다.
몸에 대한 해부학적 이해 옷이 아니라 몸이 중심이 되면 아무래도 패션 디자인의 방향은 옷의 모양새와 구조를 드러내는 쪽 보다는 몸의 구조와 윤곽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발전되기 쉽다. 그러다 보면 패션은 아무래도 디자인 보다는 윤리적, 사회학적 차원에서 다루어질 공산이 커진다. 노출이나 섹시함의 강조만을 본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현상이 품고 있는 배경을 살피게 되면 우리는 전혀 다른 사실을 알게 된다.
패션의 주인공이 옷이 아니라 사람의 몸이라는 사실은 인체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인체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서양이었다. 서양은 아주 옛날부터 낯 뜨거운 나체를 대리석에 리얼하게 새겨 대중들 앞에 우뚝 세워 놓고 예술을 논했다. 노출 때문에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 오히려 건강한 신체와 그 속에 담긴 비례의 아름다움은 종교적 차원으로 논의되었고, 건축과 음악과 회화로 파급되어 나갔고 서양 문화의 피와
글 최경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