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양면, 스키니 팬츠와 배기 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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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9 오후 4:21:26

희한한 아름다움
  헬스클럽에 돈을 꽤나 바쳤을 것 같은 건장한 몸매가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어온 것은 거의 2000년이 넘은 일이었다. 서양의 고전회화를 보면 대부분이 육중한 몸매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삼겹살(?)이 적나라하게 포착되어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국이나 우리의 오래된 인물화를 보더라도 살집이 잡히는 건장한 사람들이 때깔 좋게 묘사되어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탄탄한 근육질이나 적어도 한아름 손에 잡히는 육질을 가진 몸매가 호평을 받아왔던 것이 인류문화사의 일반적인 미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고전적인 몸매는 미의 기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가고 아프리카 난민을 방불케 하는 몸매가 시대의 미학을 장악하는 희한한 사태가 쓰나미처럼 밀려왔었다.
  패션을 넘어서 문화전체를 살펴본다면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생소하고 난감한 일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GNP 4만 불을 오르내리는 선진국의 패션 리더들이 기아에 굶주린 사람 같은 몸매를 선호한다는 것은 분명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런 희한한 미감의 첫 스타트를 끊은 사람으로는 짙은 다크 서클을 자랑하던 케이트 모스라고 모든 사람들이 동의를 하는 것 같다. 어찌된 일인지 팔등신에 육감적 몸매를 자랑하는 글래머 모델들을 제치고 볼품없이 비쩍 마른 그녀의 몸매는 그녀 특유의 카리스마적 분위기와 결합하여 21세기의 새로운 스타일의 상징이 되었었다. 그녀의 이 ‘마른’ 몸매가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앙상한 가지 같은 다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스키니 진에 이르러서가 아닐까 싶다. 앙상한 다리에 랩을 씌운 듯한 바지의 실루엣은 다리의 길이를 재크와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 처럼 하늘을 향해 끝없이 올라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고 이전에는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초현실적 미감을 제공해주었었다. 덕분에 옷이 아니라 피부 같다는 별명을 가진 ‘스키니 진’이란 말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단박에 전 세계 패션인들을 하나로 모았다. 그리고 그 여파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신선함을 잃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느새 케이트 모스도 30대의 중반을 지나고 있고, 스키니 진도 슬슬 역사가 되려 하고 있다. 물론 스키니 진의 기세는 올 가을에도 여전하겠지만 어째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체를 꽁꽁 동여매는 스키니 진의 신체 가학에 이제는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인지...
  이런 점에서는 서양인에 비해 현저히 짧고 굵은 다리를 가진 우리 동아시아 여성들은 지난 몇 년간 보무도 당당하지만 특히 힘들게 스키니 진을 입고 다녔었던 것 같다. 이들도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몸의 소리에 이제야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일까? 그런데 이런 고통 받는 하체에 숨통을 틔워주는 새로운 팬츠가 슬슬 시대의 앞줄로 나오고 있다. 배기 팬츠가 바로 그것이다.


배기 팬츠의 착시효과
  옷의 속성으로 본다면 배기 팬츠는 분명 스키니 진의 반대편에 서있다. 다리를 조이느냐, 풀어주느냐에 따라 두 바지는 길을 달리한다. 그런데 조형적인 면에서 보면 배기 팬츠와 댓구를 이루는 것은 부츠 컷이다. 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부츠 컷과 위는 넓고 아래가 좁은 배기팬츠는 완전히 반대로 생겼다. 생긴 것만 다른 게 아니다. 엉덩이와 대퇴부를 타이트하게 감싸고 다리는 자유롭게 풀어놓는 부츠 컷과 위는 여유가 있어서 활동성이나 착용감이 좋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다리를 좁게 감싸는 배기 팬츠는 착용감에 있어서나 실루엣의 모양에 있어서 완전히 반대편에 있다. 이렇게 보면 상반된 두 스타일은 시각적 효과도 서로 상반될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가지의 스타일은 궁극적으로는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그래서 재미있는 게 아닌 가 싶다.
  두 개의 바지가 이루는 동세를 살펴보면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자세히 보면 부츠 컷은 아래가 넓어서 전체적으로는 위를 향하는 강한 움직임을 만들고 있다. 반면에 배기 팬츠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움직임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움직임의 방향이 완전 반대이다.
  하지만 두 종류의 바지에서 촉발되는 강한 수직적 움직임은 옷을 입은 사람의 몸매, 특히 다리의 길이를 길게 과장하고 있다. 접근은 다르지만 같은 효과를 유발한다. 이것을 보면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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