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의식과 사물 사이에는 이미지가 존재한다. 우리의 뇌는 사물에 대한 기억을 이미지로 저장한다. 이렇게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최초 형성된 이미지는 지속적인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한번 형성된 이미지들은 뜻밖의 기억할 가치나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계속 유지된다. 브랜드들이 거대 자산을 투자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고객의 뇌리에 기억되는 이미지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인구는 대략 62억명이다. 평생가도 한번 만나볼까 말까 한 많은 사람들이 지구별에 같이 살고 있는데, 우리는 아주 단순한 몇 가지의 기준들로 그들을 파악하려 한다. 성별과 백인, 황인, 흑인의 세가지 색상, 나라, 직업, 나이, 종교, 경제력 등. 비즈니스, 또는 개인적으로 처음 사람을 만나게 되면 머리 속에 입력된 정보들로 추측한다. 이런 정보들은 지인의 경험담이나 관습, 또는 대중 매체에서 보여주는 오만가지 이미지에 기초한다. 여성인 경우, 청순 가련형, 도발적 섹시 스타일, 현모양처 등의 몇 가지로 구분하려 한다. 하지만, 다른 성장 배경과 지식과 지문, 얼굴 생김새 등 각기 다른 저마다의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정해진 스테레오 타입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오류이며, 더 나아가 애초에 이런 개념 없이 관습과 타인이 요구하는 이미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 아름다운 여자는 보고, 또 봐도 어떤 얼굴인지 기억할 수 없는 법이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소설 <아르헨티나 할머니>에서 말한다. 헐리우드 영화와 대중 매체, 아님 길을 가다 간혹 마주치는 팔등신의 미녀들이 아름다운가? ‘전지현보다 내 여자 친구가 만질 수 있어서 좋다’는 휴대폰 광고의 문구는 그나마 정형화된 아름다움에 굴하지 않고 개인의 경험과 선택이라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다행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 많은 여성들이 절대 미를 갖고자 많은 노고를 불사한다. 하지만, 이런 정형화된 이미지의 아름다움은 순간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말처럼 진정 아름다운 여인은 풍부한 표정과 팔색조 같은 모습으로 볼 때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타인의 시선에 묶인 한가지 이미지만을 고수하지 않는다. 말과 표정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할 줄 알며, 자신감 있게 자신의 스타일로 타인의 시선을 압도할 수 있는 여인이야 말로 진정 아름답다.
지난 20년간 수퍼스타로 군림해온 마돈나는 새로운 앨범과 뮤직비디오, 또 영화가 나올 때 마다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을 압도한다. 이런 그녀의 변신의 중심에는 패션을 통한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마돈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과거의 시도된 스타의 룩을 재창조 하기도 하고, 완벽하게 다른 인격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녀의 승리는 전적으로 패션에 기인한다.
하얗게 칠해진 얼굴, 칼에 베인듯한 붉은 입술, 짙은 커튼을 연상시키는 반짝이는 검은 머리. 카메라를 또렷이 응시하고 있는 여인은 완벽한 게이샤 이며, 도저히 마돈나라 믿을 수 없다. 남녀 평등이 사회적으로 서서히 실행되어 가는 포스트 페미니즘 시대(Post-feminist era)에 자신을 남성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존재하는 여인, 게이샤가 됨으로 자신을 철저히 세속화 시켰다. 하지만 마돈나가 차용한 게이샤 이미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지적이었던 대형 스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는 재창조의 여왕이다. 마돈나가 변화시킨 모든 이미지들 이면에는(마지막 디테일까지 완벽하게)자신이 원하는 것에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용의 주도한 전략이다.
20살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품고, 고작 35달러 현금을 들고 뉴욕에 도착한 순간부터 마돈나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굉장한 재능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맥스 팩터(Max-factor make-up)라는 유명한 메이크업 회사의 새로운 얼굴로 지목되고, 40세에 큰 성공을 한다. 그러나 가수 마돈나의 다음 목표는 영화였다. 그녀가 게이샤 룩을 선보일 때쯤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서 골든(Arthur Golden)의 베스피트셀러<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을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여배우를 찾고 있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혹여 마돈나의 게이샤 룩이 배역을 얻기 위한 일종의 캠페인일지라도 누가 그녀를 비난 하겠는가?
그녀는 영화 <에비타 Evita> 에서 에바 패론(Eva Peron)역을 간절히 원했었고, 알란 파커(Alan Parker) 감독에게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부인과 완벽히 닮은 모습을 연출함으로 자신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마돈나는 언제나 패션으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모든 유행의 통합자였다. 1984년 <홀리데이Holiday> 등의
이형원 객원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