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가 주도하는 시대에는 규모가 중요했으나 소비자에게 주도권이 옮겨가 있는 시대에는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긴다.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하려면 공룡 같은 큰 덩치는 자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내가 하겠다는 생각이나 갑이 을 위에서는 군림의 관계는 구시대의 법칙이다. 작게 나눈 것들을 합치고 곱하여 덩치를 만들어내고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를 사는 방법이다. 기획에서 생산, 판매를 잇는 수평적 네트워킹, 국내외를 잇는 글로벌네트워킹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네트워킹에서 스피드가 나오고, 고비용 구조의 대안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번 봄부터 진라인을 새로 내놓은 지오다노는 디자인 소싱은 미국에서, 디자인 개발은 한국에서, 소재는 일본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진행했다. 지난달말 문을 연 「후아유」도 안정적인 디자인 소싱을 위해 미국에 후아유인터내셔널이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지에프는 「씨피컴퍼니」의 안정적인 생산기반 마련을 위해 이태리 제휴선으로부터 가먼트 워싱 기술을 들여와 국내 워싱업체인 보고실업에 전하는 것은 물론 설비투자에도 참여했다. 성도와 삼성카드도 최근 전략적 제휴를 했다. 기존 성도의 패밀리카드를 삼성-성도카드로 전환, 삼성카드가 성도의 패밀리 회원을 자사의 고객으로 흡수하는 대신 삼성카드측은 성도의 패밀리카드 부실채권 55억원을 대신 회수해주기로 한 것. NSF가 디자이너 정구호씨를 영입한 것은 대표적인 기업과 전문가간의 제휴사례다. 정구호씨의 감성과 NSF의 자금력과 영업력이 합쳐진 「구호」는 현대, 갤러리아 등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하루 400~5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공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다.
섬유·패션업종외의 이 업종에서의 네트워킹은 더욱 활발하다. 증권사와 은행간의 업무제휴는 아주 일반화된 패턴이고 인터넷 기업간의 제휴는 생산, 컨텐츠, 테크놀로지, 자본 등 다양한 차원에서 전략적인 제휴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객에게 더욱 한 발짝 다가선 서비스를 위해 인터넷기업들은 고객들과도 제휴를 모색한다.
과거의 제휴가 경쟁과 시장 선점을 위한 것이였다면 새시대의 제휴는 협력과 소비자의 만족을 위한 제휴다. 새천년을 여는 일곱 번째 키워드는 네트워킹이다.
우리 패션기업들에게서 가장 취약한 점이 무엇일까? ‘리테일’이라는 답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리테일이란 소매행위를 말한다. 백화점이나 대리점에서 고객이 빠르고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리테일이라 하고 이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를 리테일러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리테일이 가장 취약하고 심지어는 리테일러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일까?
황상윤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