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끓어올랐던 흥분은 이미 가라앉은 지 오래다.
뉴욕 테러 사건, 미국의 보복 전쟁 선포, 탄저균 테러 등으로 인해 해외 상황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패션 업계 관계자들의 내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일단 ‘관망세’.
내년에는 대선, 월드컵 등의 호재가 있긴 하지만 ‘축제가 지나간 이후’의 시장 또한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국제 시장의 혼란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별로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들려온다. 지난 달 백화점 세일 기간의 매출 상승이 그 단적인 증거라는 것.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다들 경기가 나쁘다, 또 더 나빠질 것이다라고 말들을 하지만 실제 업체들의 체감경기는 지난해에 비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내년 물량을 적게는 올해 수준 또는 오히려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가 불안한 만큼 일단 기획 물량을 줄이고 스팟과 리오더 시스템을 강화, ‘눈치작전’을 강화하는 게 업체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2002년을 맞이하는 패션 업계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기대 반, 불안 반’이다.
내년 국내 패션 유통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바뀔까?
여성복과 캐주얼, 남성복, 잡화 등 패션 기업들은 어떤 모습으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을까?
내년 국내 패션 시장의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
젊고 스포티한 것이 매력 - 캐주얼·액티브 트렌드
일단 더 젊고 스포티한 감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캐주얼 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신규로 런칭하는 브랜드는 모두 10개 정도. 신규가 거의 없는 여타 복종에 비해 대조적인 모습이다.
영 캐주얼 시장에서는 지난 몇 시즌 동안 「시스템」풍이 주류를 이뤘다. 표면상으로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이들 영 캐주얼 브랜드들의 실제 고객들은 20대 중·후반∼30대까지로 노후화돼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최근 들어 스포티한 감성이 가미된 「A6」와 어리고 발랄한 이미지를 강조한 「바닐라비」 등의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영 캐주얼 시장의 분위기가 한층 젊고 스포티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 어덜트 시장도 마찬가지다. 내년 여성복 시장에는 「카라스포츠」 「보그너골프」 「엘르골프」 「오일릴리골프」 등 스포티한 감각을 앞세운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한다.
스포티한 크로스 백 팩과 함께 스니커즈의 인기가 치솟은 것은 이러한 액티브 트렌드의 단적인 예다.
유니섹스 캐주얼 시장에서는 스니커즈 라인이 함께 구성된 캐릭터 스포츠 「EXR」이 신규로 런칭돼 베이직 캐주얼 일색이었던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점잖고 단정한’ 분위기로 40∼50대 층을 공략했던 수입 브랜드들도 20∼30대 층을 타겟으로 젊고 캐릭터 강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J.로즈로코뉴욕」 「안나몰리나리」 등의 브랜드에 이어 내년에는 「마이클코어스」 「존갈리아노」 등의 브랜드가 들어설 예정.
잡화 시장에서는 스니커즈 열풍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플랫폼」 「라스프리」에 이어 「MCM」을 전개하고 있는 성주인터내셔날도 스니커즈 시장에 뛰어들 계획. 또 「주마」와 같은 가방 전문 편집샵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저가 시장 확대
베이직 캐주얼 시장에서 입증된 중저가 시장의 파워는 이제 여성복과 남성복 시장에까지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러한 ‘가격 트렌드’가 가장 먼저 확산된 것은 여성 중저가 시장.
「숲」 「유투우먼」 「에스쁘리」 「망고」 등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전개하는 브랜드들이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베이직 캐주얼을 전개하고 있는 회사들도 저렴한 가격대에 여성 감도가 가미된 상품들을 늘리거나 신규로 출시할 예정이다.
남성복 시장에서는 「아이즈」 「던다스옴므」 등 가두 매장을 중심으로 유통을 전개하고 있는 저가 브랜드들이 선전을 하고 있으며, 인동어패럴, 구미인터내셔날, 바바패션, 패션네트 등의 여성복 회사들은 홈쇼핑 혹은 인터넷 전용 중저가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
잡화 시장에서도 「나라야」처럼 저렴한 가격에 캐주얼한 가방 브랜드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얼마 전 매장을 오픈한 「주마」 「이코」 등의 매장에서는 가방 하나에 4∼6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싼’ 가격은 이제 패션 브랜드들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더 고급스럽게, 더 개성 있게, 더 감도 있게
중저가 시장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것과 함께 베이직한 상품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업계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한층 더 고급스럽고 독특하고 감도 있는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유혹
조은희 기자
hope@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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