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가치’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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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3 오후 5:35:41

매장은 단순히 옷을 파는 장소가 아니다. 고객과 브랜드가 만나는 공간이다. 매장은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또 다른 개념의 상품 기획의 장이다. 상품과 고객의 중심인 매장, 그리고 패션산업의 최전선에 서있는 샵 마스터들은 어쩌면 브랜드의 사장, 디자이너, MD 보다 브랜드의 특성과 고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전문가다. 그래서 잘 나간다는 샵 마스터들은 때로는 실장급 디자이너 및 영업 본부장의 연봉을 훌쩍 넘는 고액 연봉을 받기도 하며 그들의 말에 따라 상품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서울 유력 백화점의 여성복 브랜드의 샵 마스터들이 본 2002년의 소비자들의 모습은? 그리고 너무나 똑똑해지고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브 랜드의 모습과 매장 그리고 샵 마스터의 역할은 무엇일까? 엄수민(패션인사이트): 과거와 현재, 소비자들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나? 김신덕(갤러리아 압구정점 「리씨」): 엄청나게 변했다. 「앙드레김」 매장에서 처음 이 일을 시작했던 83년만 해도 ‘상품’이라고 생긴 것은 무조건 팔렸다. 세일 때가 되면 매장 개점 시간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고 판매원들은 손님에게 응대하고 옷 입는 것을 도와주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전문가 이상으로 똑똑하고 현명해졌다. 제품이나 패션용어 코디 방법 등에 대해서 판매사원의 지식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갤러리아는 패션 전문가들이나 해외 여행 또는 체류 경험이 있는 이들이 많이 찾는 탓에 더욱 그렇다. 세일이라고 해서 예전만큼 특별한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현숙(갤러리아 압구정점 「구호」): 고객이 자기 의지가 강해진 것은 물론이고 수준도 높아졌다. 어설프게 아는 척 했다간 망신당하기 쉽다. TV나 잡지 같은 매체에서 접한 해외 컬렉션의 트렌드를 알려주면 해외에서 직접 보고 왔다고 말하는 손님도 다수. 옷을 고르는 것도 까다로워져 전체적인 디자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재 혼용율이 어느 정도인지’ ‘어디서 수입한 소재인지’ 등 소재의 특성이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서용미(현대 무역점 「베네통」): 소비자들이 더 이상 판매사원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상품에 대한 어설픈 설명과 용어 사용도 통하지 않는다. 반품이나 환불할 때도 주저하지 않는다. 수선제품을 택배나 퀵으로 보내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손님들이 늘고 있는 것도 놀랄만한 변화다. 이는 홈쇼핑이나 인터넷 등 주문만 하면 집까지 상품을 배달해주는 신유통의 시스템을 맛보았기 때문. 이같은 편리함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소비자들을 보면 앞으로 백화점이 가야할 방향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박미경(롯데 본점 「보브」): 고객들이 당당해졌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각종 서비스를 당연시하고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홈쇼핑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수선을 맡긴 후 30∼40분만 기다리면 찾아갈 수 있는 것을, 퀵으로 보내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람이 많다. 고객도 고객이지만 백화점이나 샵 마스터의 자세도 달라졌다. 전에는 환불 요구가 들어오면 손님들을 설득시켜 돌려보내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될 수 있으면 손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들어주자는 쪽이다. 특히 인터넷 게시판이 활성화된 요즘에는 매장이나 상품에 조금이라도 못 마땅한 것이 있으면 내용들을 게시판에 올려버리기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많다. 이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브랜드뿐만 아니라 백화점도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오현숙: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백화점의 서비스에 따라 고객들의 권리주장은 이제 거의 횡포에 가깝다. 이렇게 된 데는 백화점간의 지나친 경쟁 등이 일조했다고 본다.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 중에는 심지어 판매원들과 실갱이 하느라 정신적인 피해가 있었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는 백화점 바이어가 직접 과일바구니와 옷값의 몇 배가 되는 금액을 들고 방문하기도 한다. 김신덕: 동대문 등의 재래 시장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나 다른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카피를 위해 상품을 사간 뒤 1주일이 지나,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사람은 다음주에 옷을 들고 올 사람’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하나밖에 없는 상품을 팔아야 할 때는 화가 난다. 오현숙: 이는 백화점 찾는 것이 거의 생활화 된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백화점의 생리에 대해 너무 잘 알게 되면서 생긴 병폐인 것 같다. 서용미: 그러고 보면 판매원의 말을 그대로 믿고 상품을 선택해 줬던 옛날 고객들은 참 착하고 순진했었던 것 같다. 엄수민: 그럼 요즘 소비자들은 어떤 옷을 원하는가? 김신덕: 우선 강남·북 소비자들의 성향 차이가 뚜렷하다. 강남 소

정리: 류송아·조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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