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번의 글에서 저는 한국 패션 산업이 직면한 몇 가지 이슈들에 대해 부족하지만 나름대로의 소견을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패션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2003년,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고 북한의 핵 문제로 한반도 주변의 정서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우리는 한반도 역사상 중대한 하나의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 대해 이런 저런 예측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가정하고, 앞으로 패션 시장의 변화에 어떤 변수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2002년 F/W부터 시작된 패션 시장의 냉각은 IMF 시대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브랜드들이 고객들에게 작별을 고했고 많은 브랜드가 심각한 실적 부진에 직면해 있습니다. 또 한번의 태풍을 예고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희망이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장이 ‘감성 캐주얼 시장’입니다. 혹자는 이 감성 캐주얼 시장이 그 동안의 이지 캐주얼 시장을 대체할 시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혹자는 일시적인 트렌드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과 함께 최근 유통업계에 일고 있는 ‘할인점의 성장’에 대해서도 할인점의 성장이 패션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또한 몇 년 전에 불었던 ‘인터넷 열풍’이 잦아들긴 했지만 그 동안 적자 속에 허덕이던 인터넷 기업이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서 역시 인터넷이 시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진 분들도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국의 성장’이 한국 패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현안 이슈들에 대해 저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래를 보는 눈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불확실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일정한 가정 하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근접하게 미래의 변화를 예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실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여러 요소들 중에 피터 드러커는 인구 변화만큼은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구 구성이란 이미 현재의 인구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 요소라고 합니다. 인구 구성 변화와 함께 시장의 원리나 경제 구조 등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는 미래의 환경 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약 2010년 정도까지 한국 패션 시장에 어떤 변화들이 있을 것인가? 이에 따라 한국 패션 기업들은 어떤 선택들을 해야 할 것인가?
2010년 한국의 인구 구성의 변화
드러커의 말대로 가장 확실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인구 구성 변화입니다. 통계청의 ‘미래 한국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한국에서는 한국 전쟁이 있었던 195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인 소위 베이비 붐 세대가 이제 40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한국 패션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가 30대로 접어들던 90년대에 그들은 ‘미시’라는 말을 탄생시켰습니다. 결혼을 했지만 아가씨 같은 주부를 의미하는 ‘미시’ 세대가 이제 40대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 서태지 세대인 X세대, 베이비 부머들의 자녀들인 Y세대들이 뒤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인구수입니다. 1970년 초반에 한국에서 한해에 출생한 신생아 수는 약 100만 명에 육박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30년 후인 2003년에 출생한 신생아 수는 약 55만명 수준으로 30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출산율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현실은 패션 시장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패션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을 보인 브랜드는 모르긴 몰라도 「베이직 하우스」일 것입니다. 「베이직 하우스」는 런칭 3년 만에 1천200억이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베이직 하우스」 성장의 뒤에는 저의 개인 생각으로는 두터운 베이비 붐 세대가 있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 동안 패션 시장에서는 영 패션 마켓이 주목을 많이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인구 구성을 본다면 ‘이후 가장 주목할 시장은 오히려 베이비 붐 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 몇몇 기업의 경우에는 베이비 붐 세대를 위한 사업 준비를 서두르는 기업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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