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국내 패션 브랜드의 1등 점포는 연간 평균 14억 5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백화점에서는 15억 8400만원을, 노면점에서는 12억 79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30개 브랜드의 1등 점포가 올리는 매출이 연간 6천억여원에 달해 전체 패션 시장(12조원, 섬산연 추정) 규모의 5%나 차지할 정도다. 1등 매장이 브랜드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력을 짚어본다.
패션 브랜드의 1등 매장은 그 브랜드의 위상을 대변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핵심 상권 및 백화점 주요 점포에서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느냐에 따라 다른 점포가 결정되느냐 마느냐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신규 브랜드에게 있어 브랜드의 성과를 검증해 줄 수 있는 매장을 단기간에 확보하느냐 마느냐는 향후 비즈니스의 전개 속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 상황이 불투명한 때에는 대리점주와 백화점 바이어도 ‘검증된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는 매장이 필요하다.
1등 매장 만들기에 사활 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신규 브랜드들은 런칭 초기에 대표 매장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치른다. 기존 브랜드들이 자리잡고 있는 A급 매장을 빼앗아오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나은 가치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출 하한선 보장 같은 변칙적인 방법이 생겨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불확실한 경기 상황과 맞물려 브랜드들의 전략이 방어 위주로 바뀌면서 다소 줄어들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신규 브랜드가 선호하는 출점 지역은 어디일까. 일단 노면상권에서는 명동과 동성로, 청주 등지가 가장 손꼽히는 1순위 대상 지역이다. 명동은 대표 상권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입점 우선 순위에 있다. 다음으로는 동성로와 청주가 꼽힌다.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월 1억원 고지를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강남역도 출점 선호지역이다. 그러나 20억원을 넘나드는 투자비용 때문에 웬만한 브랜드는 쉽사리 엄두를 못내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에서는 롯데 본점과 영플라자점, 부산본점 등이 1순위 점포다. 특히 캐주얼 브랜드들은 부산본점을 최고의 점포라고 응답한 비율이 58%에 달할만큼 지지도가 높다. 이밖에 신세계 강남점과 인천점, 현대 목동점과 천호점 등지가 선호받는 1등 매장이다.
이미 전개를 하고 있는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및 노면점 주요 점포의 매출 추이에 따라 신규점 오픈과 철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례로 캐주얼 A브랜드의 경우 지난해 평균 매출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명동과 동성로에서 밀리기 시작하면서 청주에서 오픈을 협의하던 매장주가 다른 브랜드로 옮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A 브랜드의 영업부서장은 “당시 브랜드 상황상 전략적 요충지로 꼭 청주에 매장을 오픈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입수했는지 명동과 동성로의 매출을 확인한 점주가 계약서를 쓰는 날에 일방적으로 안 하겠다고 발을 뺐다.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새 매장을 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당시 추진하던 유통망 확대 전략이 6개월 이상 늦어지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육성한 1등 매장은 지역 거점으로서 영업 지사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이희영 이랜드 상권개발팀장은 “예컨데 구미나 경산 지역의 대리점주들은 아무리 서울이나 부산에서 매출이 잘 나온다고 해도 선뜻 대리점 오픈을 결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근에 있는 대구 동성로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핀다. 올해 「쉐인」이 급성장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점주들의 입소문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동성로에서 매출이 뛰기 시작하면서 인근 지역으로 급속하게 확산됐고, 멀리 충장로에 있는 점주도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담당자의 말보다 이미 장사를 하고 있는 점주의 한 마디가 더 신뢰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도 1등 매장 만들기 필요
유통업체들도 경쟁력 있는 MD 구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1등 점포를 활용한다.
특히 중소 유통업체에게 이러한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브랜드 본사에게 매출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브랜드가 이 매장에서 장사를 잘 하고 있다는 데이터는 입점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1등 점포 만들기를 통해 중소 유통점포에서 중견 백화점급으로 성장한 천안 야우리가 대표적인 케이스. 야우리는 1등 매장 만들기에 나서면서 「리바이스」 「티비제이」 등 리딩 브랜드를 입점시키는데 사활을 걸었고 이렇게 입점한 브랜드들에게는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결국 매출이 뛰기 시작했고 경쟁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야우리의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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