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선 국내 방송계의 사극경연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MBC가 매주 월·화요일에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주몽’은 한반도 중북부지방과 중국 동북부지방을 지배하며 우리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기상을 보였던 고구려의 시조 고주몽의 일대기를 그린 사극이다.
또 SBS가 매주 토·일요일 방송하는 ‘연개소문’은 한중 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결이었던 수당의 침입과 이를 격퇴하는 고구려 을지문덕과 연개소문의 활동상을 웅장한 스케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곧이어 KBS가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이면서 중원동북지방을 지배했던 대제국 발해의 시조 ‘대조영’의 일대기를 방영할 계획이라 한다. 아울러 우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주이면서 영토를 크게 확장했던 광개토대왕을 사극으로 그려내는 ‘태왕사신기’도 제작준비가 한창이다.
이 사극들의 공통점은 모두 중국의 동북공정, 즉 중국의 ‘우리역사침탈’에 대응하여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 그래서 중원의 동북지방을 지배하여 중국과 강력하게 대치했던 자랑스러운 역사와 그 역사를 장식했던 영웅들의 이야기를 스펙타클하면서도 자긍심 높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극 열풍은 사극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수준 높은 세트장, 화려한 소품들로 사극에 큰 관심이 없던 시청자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극은 역사를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늘 역사왜곡과 사실검증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즉,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흥미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때문에 많은 부분이 현대적 해석과 현대 문화가 녹아들면서 다소 왜곡되거나 과장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사극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의상과 패션이다. 전투를 위한 강렬한 이미지의 갑옷, 왕실 가족들과 대신, 시녀들의 화려한 의상은 예전에 보기 어려웠을 정도로 과감해지고 패션 어블해졌다. 물론 역사적 고증을 거치긴 했겠지만 이를 더욱 발전시켜 어쩌면 당대 왕실의 풍부한 자원으로도 꾸며내지 못했을 디자인력과 장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소품이 때로는 지나쳐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우리 문화와 전혀 맞지않을 법한 외래문화적 요소를 차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필자는 우리 사극에서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컬러의 사용이 전에 없이 놀라운 발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우리의 궁중의상이나 전투복은 역사적으로 볼 때 오랫동안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패션력이 중국을 크게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인 이상, 양국 사극의 의상수준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사극은 과거의 역사를 조명하는 작업이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후손에게도 민족적 자긍심을 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아가 사극은 우리 방송망을 통한 해외방영이 늘어나고 있고 외국방송사에 대한 문화수출의 중심에 서있는 만큼 사극에 등장하는 의상 등 패션의 발전된 수준은 우리의 수준높은 글로벌 문화마케팅의 핵심적 요소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매사에 천시(天時, 하늘이 준 기회)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마침 중국의 동북공정과 역사왜곡으로 사극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이때 이들 사극을 바탕으로 우리의 발전된 패션력이 마음껏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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