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밀라노 프로젝트 때문에 난리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대구를 밀라노와 같은 최첨단의 섬유·패션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1998년에 시작되어, 1단계 사업에만 6천8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그동안 밀라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대구패션조합의 불법비자금 조성, 예산 부당 집행 그리고 관련 공무원의 비리 등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다가 지난 6월 한 제보자가 ‘대구패션조합이 행사비를 높게 산정, 나머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하며 국가청렴위에 제보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 현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지만 아직 명확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전국과학기술노조, 대구참여연대,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공공연맹대경본부, 민주노총대구본부는 ‘섬유산업비리척결과 구조혁신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결성했다. 이들은 “패션조합의 불법비자금 조성과 밀라노 프로젝트 관련 연구개발사업 예산의 부당집행, 대구시 관계공무원의 부정비리 등은 대구지역 섬유산업이 안고 있는 거대한 부패와 비리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검찰수사를 통해 부패와 비리의 뿌리가 완전히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공대위 관계자는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으나 대구지역 섬유산업의 구조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불신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국책 사업인 밀라노 프로젝트와 행사비용 과다 집행을 연결하는 것은 다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얼마 전 대구·경북 지역의 유망 소재 기업을 취재하기 위해 대구를 방문했다. 규모는 작지만 알차게 기업을 운영하는 중소 섬유업체를 방문해 사장들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조심스럽게 밀라노 프로젝트로 화제를 돌렸다.
모두들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언론 보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거대 국책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간혹 비리가 있을 수 있고, 그럴 경우 그 부분에 대해서만 철저히 조사하면 되는데 중앙 언론에서는 마치 ‘밀라노 프로제트’ 자체를 부패의 온상으로 부각시키며 ‘위기의 밀라노 프로젝트’와 같은 제목으로 ‘밀라노 프로젝트’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에 있는 국책 사업에 대해 그 결과를 미리 예단하고 비판하는 것은 대구 섬유산업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는 것이다. 평생 섬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구를 지켜온 젊은 사장들은 언론의 주장과는 달리 ‘밀라노 프로젝트’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밀라노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되는 시설 인프라는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대구 섬유산업의 R&D 부분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즉, 회사 자체적으로 연구소를 운용하는 데는 막대한 예산과 인원이 들기 때문에 아웃 소싱할 수 있는 연구단지나 연구소의 존재는 앞으로 고부가가치 섬유산업을 이끌어나갈 젊은 중소업체 사장들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것이다.
한편 30대에 사업을 시작한 이들 40대 사장들은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생산인력의 고령화나 중국의 저가 공략 등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섬유산업의 영역을 1970년대의 봉재산업이 아닌, 첨단 섬유 소재 산업으로 확대한다면 섬유가 나아갈 수 있는 영역은 낚싯대와 골프채에서부터 반도체와 우주 항공 산업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고부가가치의 과제는 완제품만의 문제가 아니며 원사에서부터 파이버, 패브릭, 의류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섬유·패션 산업 전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결국 섬유국제도시 대구와 패션국제도시 대구는 하나인 셈이다.
분명 ‘밀라노 프로젝트’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애초부터 DJ 정부가 지역 안배 차원에서 시작한 실패한 사업이라는 시각과 대구의 섬유·패션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동력으로 보는 시각이다. 둘 다 각자의 논리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수혜자인 대구 섬유업체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구의 섬유인들이 원하는 것은 몇 푼의 정부보조금도, 저리의 은행 대출도 아니다. 새로운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에 필요한 우수한 연구 인력과 인적·물적 인프라 그리고 정부의 관심일 것이다. 이는 결국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료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다소 지엽적인 대구패션조합의 문제를 밀라노 프로젝트로 까지 확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온고지신의 교훈이 문득 뇌리를 스쳐간다.
유재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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