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간에는 노현정이라는 한 여자 아나운서의 결혼이야기가 화제다. 미모의 얼굴에다 유명 방송국에서 정규 뉴스와 몇 개 오락 프로그램을 매끄럽고도 재치 있게 소화하면서 인기가 치솟던 노현정 양의 결혼 소식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상대가 한국의 대표적 재벌가인 현대 정주영 회장의 손자라는 사실이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배우나 탤런트의 결혼은 남의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쉽게 입방아에 오르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나운서도 미모와 유명세를 가졌다는 공통점에서 이들과 다름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노현정 양의 결혼은 세인의 관심이 높은 만큼 뒷말도 무성하다. 방송을 눈여겨보던 재벌가의 왕자님(?)께서 점지하자마자 불과 한 달여 만에 데이트가 진행되고 양가의 허락을 얻어내 결혼 날짜를 잡았으며, 다정한 포즈 사진과 함께 결혼을 발표하기까지 초스피드로 진행한 이번 일을 두고 ‘경박스럽다 못해 우스꽝스럽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또 27세 미모의 젊은 여성에게 당연히 있을 법한 미국 명문 H대 출신의 ‘사귀던 애인’에 관한 이야기, 현대가와 하청관계에 있는 부친의 사업에 관련된 결혼 배경, 그 외 노현정 양의 사생활 등이 인터넷에 회자되면서 ‘인터넷 테러’라고까지 난잡한 말이 오간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든, 그 상대가 누구든 청춘남녀의 결혼은 분명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축복받아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진행자인 그녀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충분한 협의 없이 휴직하고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신혼살림을 차리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일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한 요즘, 자칫 ‘미덥지 못한 여성들의 직업의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성 국무총리가 활동하고 있고 여성 헌법재판소장이 발탁되고 있는 시대다. 또 유력 여성 대통령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한국에서 젊은 신세대 여성이 단순히 결혼을 이유로 공공성의 소임을 일방적으로 내팽개친다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고 프로답지 못하다.
노현정 아나운서와 비슷한 케이스로 재벌과 결혼한 유명 아나운서가 전에도 있었다. KBS의 인기 프로인 열린음악회 진행을 맡아 유명세를 얻었던 J양은 인기 절정의 상태에서 국내 유수의 재벌그룹 총수인 C씨와의 밀애설에 휘말리다 전격 결혼을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당시 C씨는 전처와 이혼문제로 법정소송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도 J양은 C씨와 밀애를 즐기다 결국 결혼을 강행하고 곧바로 방송진행을 그만두면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J양의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공인으로서 프로정신은 존중받지 못했다.
공인으로서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비슷한 사례는 많다. 필자는 패션 기업을 경영하면서 많은 직원들을 채용하고 또 관리하며 퇴직하는 과정을 봐왔다. 하지만 인원교체가 빈번하고 후임자 물색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패션업계의 특성상 퇴직시키는 관리자나 퇴직하는 직원 간에 그만두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패션업계에는 젊은 여성직원들이 많은 탓인지 퇴직하는 직원 중에는 아무런 사전예고도 없이 조용히 있다가 2~3일 전에 ‘다음주부터 다른 데로 출근하기로 했다.’는 일방 통지 후 회사야 어떻게 되든지 그날부터 나오지 않는 사례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기억하는 K양은 상대 회사의 끈질긴 스카우트 제의도 어렵게 받아들이고, 그런 뒤에도 무려 한 달 동안이나 근무를 계속했다. 자신의 업무를 최대한 마무리하고 그동안의 경험과 앞으로의 참고할 만한 시즌 계획까지를 잘 정리해서 후임자에게 건네고 미안한 마음으로 떠났다. 그녀에게는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오라.”고 주문했고, 그녀와의 인연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지금 프로정신이 필요하다.
김태수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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