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여름휴가 여행을 1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올해는 좀 무리를 해서 울릉도에 들렀다가 어머님이 계신 부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울릉도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경외심이 쌓인데다 절친한 친구의 고향이기도 해서 언젠가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다. 배편을 미리 예약했다가 묵호항에서 휴가철 성수기에 하루 두 편 운행하는 여객선의 승선티켓으로 교환했다. 그때 울릉도 주민의 승선비가 4천원 남짓인 것에 놀랐다. 4만9천원이 조금 넘는 관광객 승선비의 10% 정도에 불과한 게 아닌가. 주민을 위한 배려 치고는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 30분 정도 바닷길을 달려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 정도였는데, 우선 가족들의 잠자리부터 걱정이 되었다. 성수기라 도동항 일대를 서너 바퀴 돌아 천신만고 끝에 항 근처의 여관방 하나를 구했는데 두어 평 정도의 아주 작은 온돌방이었다. 더운물도 나오지 않고 오래된 선풍기 한 대, 얇은 이불 세 장, 수건 두 장이 서비스의 전부인 이 방의 방값은 5만원이나 되었지만 그나마도 구한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다음날 버스관광을 위해 관광회사를 찾았으나 안내원들은 예약이 끝났다며 대꾸조차 귀찮아했다. 몇 곳을 들른 뒤 겨우 한 곳에서 다음날 버스일주 여행티켓을 1인당 1만8천원에 구매했다. 나중에 관광안내서를 보니 1만3천원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위해 들른 인근 식당의 메뉴는 정식 한 가지밖에 없었고 그것도 6천원을 받았다. 음식은 짜고 밑반찬은 조악했다.
다음날 아침 8시 반에 출발한 버스관광은 소형버스로 임시좌석까지 채운 만석이었다. 특별한 관광지는 없었으나 용암분출로 생긴 독특한 지형의 이국적인 정취와 쪽빛 바다가 어우러져 무척이나 아름다운 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관광코스인 나리분지의 비빔밥은 별다른 밑반찬도 없이 산나물 조금을 곁들인데 불과했지만 7천원이나 받았다. 내려오는 길에 버스기사는 관광객들에게 팁을 거둬달라고 한 청년에게 말했다. 관광객들이 이를 거절하자 돌아오는 길의 운전은 꽤나 난폭했다.
별다른 볼거리도 없고 풀장이나 해수욕장도 없어 저녁에 묵호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배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계획했던 2박을 하게 됐다. 2박째도 정말 어렵사리 민박을 구했는데, 아무런 서비스도 없는 가정집의 방 한 칸이었지만 5만원을 받았다. 그나마도 방을 구했으니 감사했다. 저녁 때 바닷가 노변에서 울릉도 여행기념으로 오징어회를 맛보자며 회를 시켰는데, 오징어 한 마리와 멍게 두 마리 정도의 빈약한 접시를 내놓으며 3만원을 받았다. 돌아나오는 길에 아내는 “두 번 올 곳이 못 된다”는 말을 몇 번이고 내뱉었다. 다음날 도동항에서 묵호항을 거쳐 뭍으로 나와 동해, 태백, 안동, 봉화, 영주 등지를 돌며 부산으로 자동차 여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어느 도시 고급 식당에서도 5천원이면 만족할 만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비교적 넓고 깨끗한 숙박시설도 5~6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었다. 특히 해운대 해수욕장 입구의 ‘우리 해수욕장은 정가를 받습니다’는 커다란 안내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밀려드는 해수욕객들에게도 주변 고급 호텔에 옷을 맡기는 비용이 3천원, 온냉수의 고급 호텔 샤워장 이용비용을 2천원만 받는 등 편의시설 이용이나 주변 물가가 비싸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별로 없었다.
솔직히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 울릉도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 씁쓸한 기억이 앞선다. 우리나라 최고 휴양지로서 명성을 지키기 위해 훈련되고 통제된 해운대의 관광문화와 아직도 바깥세상의 변화를 모르는 울릉도의 낙후된 관광문화, 이 두 곳의 비교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까?
우리의 패션 의류는 패션 선진국에 비해 디자인 수준이나 소재를 비교할 때 너무 비싸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이 같은 왜곡된 패션유통 문화가 낙후된 울릉도의 관광문화 수준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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