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대문과 관련된 패스트패션 기획기사를 쓴 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사에 나오는 한 업체 마케팅 실무자 전화였다. 전화 내용은 그 회사 최고 책임자이자 디렉터를 겸하고 있는 대표가 기사 내용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항의성 전화였다.
이 실무자를 통해 들은 회사 대표의 불만은 자신과 과거 자신이 데리고 있던 부하 직원이 같은 테마의 기사에서 함께 언급된 것이 자존심 상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어떻게 보냐며 대놓고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 회사 대표는 패션업계에서 많은 성과를 낸 인물이다. 이미 나이가 오십 줄을 넘어 패션 디렉터 분야에서는 중견에 속한다.
지난해 초부터는 중국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해 왔다. 마케팅 담당자의 말을 빌리면 중국에서 1년6개월간 세 시즌 상품기획에 참여해 해당 브랜드를 180% 신장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견 디렉터는 올해 초 동대문의 한 쇼핑몰에 대형 단독 매장을 내고 국내에 복귀했다가 이번에 동대문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 유통업체와 제휴해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내놓게 된 것이다.
이런 자신인데 과거 그가 데리고 있던 부하 직원과 함께 언급된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자신의 가치가 평가절하됐고,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 이미지에 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중견 패션인에게 내심 자신감과 여유를 기대해서였을까? 이 같은 항의를 받고 마음이 씁쓸해졌다. ‘사업을 망칠 수도 있다’는 기사에 대한 그의 정도 이상의 항의에는 사업에 대한 그의 불안과 초조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의 부하 직원이었던 사람이 자신과 함께 언급됐다고 해서 이 패션 디렉터의 판단처럼 과연 사람들이 그의 가치를 격하시켜 생각할까?
“중국은 아직 디자인을 모르고 한국은 디자인을 알지만 유럽에서 디자인을 말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아시아 최대 디자인 전문업체인 노바디자인의 천원룽 사장의 말처럼 한국 디자인이 갈 길은 아직 멀다. 아니 패션 전분야에서 그렇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재 발굴과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욱이 패션은 사람이 중요한 ‘인재산업’이기도 하다.
부하였던 사람이 독립해 작지만 한 회사를 이끌고 자신과 언급될 정도로 성장했다면, 대견한 마음으로 칭찬해주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원로 패션CEO인 이만중 보끄레머천다이징 대표는 패션업계의 높은 이직률을 들먹이며, ‘교육시켜 봤자 헛수고 아니냐’는 질문에 “난 우리 직원을 아들과 딸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설령 이직을 한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직원을 자식처럼 생각한다는 이 패션인의 말과 과거 한때 부하였던 사람과 함께 언급됐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또 다른 패션인의 모습이 대조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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