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신라호텔에 모인 섬유업계 CEO들이 한 목소리로 한·미 FTA 체결 지지를 결의했다. 지난 14일 섬산련이 주최한 ‘섬유업계 CEO 워크샵’에 참석한 160여명의 섬유패션인들은 마지막날 섬유류 수입 관세의 조기 100% 철폐와 합리적인 원산지 기준 결정, 개성공단 생산품의 원산지를 'Korea'로 인정해 줄 것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정부에 제출했다. 특히 섬유패션 부문을 한·미 FTA 체결을 조급히 마무리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거나 다른 협상 분야와의 타협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즉 섬유패션 부분의 협상을 다른 부분과 분리해서 그 자체 논리로 진행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거대 경제권과의 FTA 체결이 시급한 우리 형편에 주력 수출 시장인 미국을 겨냥한 한·미 FTA 체결은 우리 상품의 교역 확대와 외국인 직접 투자 확대, 더 나아가 한국의 국제적 지위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호재라는 주장이 손해라는 주장보다는 우세해 보인다. 어쨌든 두 차례에 걸친 한·미 FTA 협상에서 섬유·패션산업은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섬유·패션 제품의 경우 5% 이상의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이 1031개, 10% 이상 적용되는 품목이 546개나 돼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 우리 나라의 대미 섬유·의류 수출액은 약 23억 달러에 수입은 약 2억 달러로 약 21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섬유쿼터 폐지로 중국과 인도 등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높아진 반면 우리의 대미 수출은 마이너스 신장세를 기록했다. 결국 대미 섬유·패션 수출이 마이너스 신장에서 플러스로 돌아서기 위해 한·미 FTA는 우리 섬유·패션업계에게 있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 셈이다.
그럼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가 얻어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먼저 섬유·패션 제품의 예외 없는 관세 양허와 관세의 조기 철폐를 요구해야 하며 미국이 자국의 섬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Yarn Forward'라는 강력한 원산지 기준을 완화시켜야 한다. 이 원산지 규정이 적용되면 기초 원자재인 '사(絲)'부터 역내산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관세 철폐 효과가 감소된다. 특히 대부분의 원사를 수입하고 의류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 섬유류의 원산지 기준 완화는 섬유 분야의 최대 쟁점으로 협상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 생산 제품이 '한국산' 원산지로 인정받아야 하는 사안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남북 교역액 중에서 개성공단 개발 관련 교역액이 1억8천만 달러로 전체 17.6%의 비중을 차지해 개성공단이 남북 경협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제2, 제3 개성공단이 앞으로 생겨나면 남북 교역액은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한·미 FTA 체결 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사안인 셈이다. 물론 미국은 정치·외교적 입장으로 인해 북한의 개성공단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사업이 활성화되면 고립된 북한경제가 회복돼 동북아 평화 정착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란 점을 미국에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한·미 FTA 체결로 피해를 보는 산업도, 이익을 보는 산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기브앤테이크의 국제 무역 질서에서 사는 것 없이 무조건 팔 수만은 없다. 한때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섬유 산업은 최고의 수출 산업이었다. 이제 그 때의 영광을 재현해 한국 경제의 부활에 이바지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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