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부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재산 사회환원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버핏 회장은 지난 6월 25일 자기 재산의 85%인 약 370억달러(약 37조원)를 자선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 돈은 우리나라 2006년 국가예산이 210조원 남짓이고 국방예산이 22조원 정도라고 볼 때 실로 엄청난 액수다.
이보다 열흘쯤 전인 6월 15일에 미국의 세계적 부호 빌 게이츠 회장이 앞으로 2년쯤 뒤부터 일상적인 회사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자선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 회장의 재산은 약 500억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가족들의 몫으로 남길 1천만달러 정도를 빼고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여러 번 공언했다. 빌 게이츠 회장의 약속이 이뤄진다면 적어도 50조원에 가까운 돈이 사회환원에 쓰이게 된다.
이 두 거부의 재산 사회환원은 아직 실행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속 상태에 있어 실행 여부는 좀더 기다려봐야 한다. 그러나 재산의 사회기부는 확실히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 보편화되어 있다. 이 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경우야 조금 다르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는 과도한 상속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우리나라의 상속 및 증여세는 여러 가지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30억원 이상의 경우 50%, 30억원 이하 40%, 10억원 이하 30%, 5억원 이하 20%, 1억원 이하 10%의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세율로 볼 때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도 부모가 사망하거나 사회적 활동의 어려움으로 재산승계를 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정서에서 오너의 경영권 약화는 기업의 존립 문제에 직결된다. 이 때문에 최근 재벌 2세들의 불법·편법 재산상속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재산승계와 관련한 경영권의 부실화를 막고 사회적 편법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상속세 및 증여세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의 미국사회 기부문화에 자극받은 우리 사회에는 많은 상속세가 당연하며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좌파적 사고’임은 분명하다. 물론 부모나 친지로부터 받는 상속, 혹은 증여의 재산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불로소득(?)’이다. 이 같은 불로소득이 그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상속받을 기회가 없는 사람들과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 때문에 재산의 사회적 재분배 수단으로 상속세 강화와 기부문화 확산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자본을 증식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욕망이 사회발전을 자극하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는 자율적 자본형성이 가능해야 하고 국가는 개인들이 형성한 자본을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사회발전의 영속성을 갖는 쪽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형성의 수단인 기업의 발전 없이 ‘사회적 평등’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누구나 경험하듯이 자본을 형성해 온전한 기업으로 가꾸어가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세월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며 그 기업이 재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사회를 살찌운다. 그런데도 어렵게 만든 기업의 재산을 2세들이 향유하는 불로소득(?), 혹은 사회적 불평등을 이유로 국가가 법으로 흩어버리는 일은 더욱 황당하다.
우리 패션 기업의 역사가 대체로 20∼30년을 맞으면서 기업승계가 업계의 화두가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패션 기업은 10∼100억원 정도의 소자본이 많다. 이들 소자본 기업들도 2세로 넘어갈 때는 30∼50%의 상속세를 내도록 되어 있다. 법대로라면 2세 승계 시 패션 기업의 부실화는 뻔하다. 이들 부실 패션 기업으로 100년이 넘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이제 기업 자본들을 온전히 지키는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기부문화 확산이라는 묘수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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