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의 ‘3대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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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6 오전 10:58:07

한때 스펜스 존슨이 쓴‘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라는 책이 꽤 인기리에 읽혔다. 어느 날 사라져 버린 치즈를 찾아 헤매는 생쥐들의 이야기가 변화무쌍한 우리 삶의 현실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에서 치즈는 누가 옮길까? 1980년대 중후반 들어 우리 여성복 패션계에는 ‘타운웨어’라는 콘셉트가 생겨났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한 이 콘셉트는 도시의 활동적인 직장 여성들을 위한 정장 풍의 콘셉트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 2003년 J브랜드를 마지막으로 콘셉트 자체가 사라질 즈음엔 40~50대 마담복이 되어 있었다. 타운웨어 콘셉트의 수명은 20년을 채우지 못한 듯하다. 이들은 1990년대 S브랜드의 탄생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소위 2.5층 조닝이라는 미시커리어 캐주얼로 대체된 것이다. 미시커리어 캐주얼은 타운웨어보다 좀 더 활동적이고 젊어졌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들 미시커리어 캐주얼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을 전후해 30~40대 젊은 직장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 미시커리어 캐주얼이 2005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미 40~50대가 주 고객이 되어 있는 늙은 미시커리어 캐주얼이 퇴출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이다. 전성기 미시커리어 캐주얼중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백화점에서 경쟁하던 업체는 대략 30개 정도로 파악된다. 이들 브랜드 중 10여 개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또 최근 K브랜드가 사라졌고 C브랜드는 매각을 계속하다가 아웃렛 브랜드로 전환하고 있다. E브랜드도 중저가로 돌아섰고 S브랜드도 가격을 대폭 낮추어 고급화에서 물러섰다. 또 다른 S브랜드 역시 브랜드 이미지 노후로 로드숍 전개로 전환하고 대신 고급여성복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다. 그 외 몇 개 브랜드는 젊은 브랜드로 변신 중이고 몇 개 브랜드는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쯤 되자 백화점에서도 3층 미시커리어 캐주얼매장을 계속 축소하다가 이제는 다음 시즌을 기점으로 아예 4층으로 올려 마담조닝과 섞어놓겠다고 한다. 미시커리어 캐주얼 콘셉트의 조닝이 생겨난 지 20년이 되지 못해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의 조로현상,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는 고정고객의 마약이다. 고정고객 위주의 판매는 새로 자라나는 젊은 소비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정고객의 체형과 취향에 맞추면서 그들의 나이가 들어가는 속도보다 더 빨리 늙어간다. 둘째는 영업중심 마인드의 마약이다. 브랜드가 디자이너중심이 되지못하고 영업중심 마인드로 흐를 때 브랜드의 콘셉트 중심은 흐려지고 팔리는 옷만을 만들게 된다. 영업중심 브랜드는 끊임없는 가격경쟁과 카피경쟁 속에 결국에는 규모화로 생존을 모색한다. 이것이 브랜드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셋째는 백화점유통의 마약이다. 백화점 유통을 위주로 하는 브랜드의 콘셉트는 백화점이 고정시킨다. 이들 브랜드는 스스로 대중 고객에게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심으려 하지 않고 백화점 홍보에 편승한다. 연일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끼리 판매경쟁을 벌이는 백화점의 틀 속에서 브랜드의 캐릭터를 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100년 브랜드’를 꿈꾼다면 이들 ‘3대 마약’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태수 본지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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