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패션계도 국회의원을 배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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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3 오전 11:33:42

세상이 바뀌었다. 지난 4월 15일에 끝난 총선을 통해 한국 정치는 새로운 얼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지역주의적인 갈등은 여전했지만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은 총선결과로 고스란히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 역사상 반 세기 만에 보수(우파)와 중도, 진보(좌파)가 어우러진 명실상부한 양당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교체였다. 지역구 후보만 보더라도 초선 의원이 119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반면 3선 이상은 45명에 불과해 ‘일 못하면 한칼에 짤린다’는 교훈을 보여주었다. 특히 운동권이라 불리던 3, 40대 386세대의 약진은, 그들이 ‘자주·민주·통일’을 외치던 세대라 앞으로 통일문제와 정치개혁에 새로운 바람이 예상된다. 두 번째는 여성 파워를 들 수 있다. 비록 비례대표를 포함한 숫자지만 여성 국회의원들의 비율 또한 헌정사상 처음으로 두 자리 숫자인 13%로 올라가 39명의 여성들이 정치권에서의 여성파워를 과시하며 여성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민주노동당의 약진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대표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이번 총선에 나선 민노당은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해 명실상부한 좌파 성격의 제3당으로, 우파로 분류되는 한나라당에 맞선 치열한 정치투쟁이 예상된다. 특히 ‘민노당의 승리는 곧 전국 노동자의 승리다’라고 선언한 이들의 성향으로 볼 때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와의 치열한 정치 공방도 예상된다. 이외에도 방송인, 언론인, 경제학자, 장애인, 약사, 의사, 변호사, 여성운동가, 노동운동가 등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국회에 입성해 각자가 맡고 있는 분야의 다양한 의견들을 입안해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보여 실질적인 민의수렴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우리 섬유패션계는 어떠한가? 그 흔한(?) 국회의원 한 명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기야 섬유패션계의 입장을 대변할 압력단체 하나 없는 업계 현실에 비추어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유는 무엇일까? 6, 70년대 수출산업의 주역으로 섬유업계가 차지했던 비율은 절대적이었고 관 주도의 섬유산업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초석이 되었지만, 이후 섬유산업은 8, 90년대 들어 주력 수출산업이 반도체나 철강, 자동차로 옮겨가면서 어느새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여기에 구조적인 민간 주도의 섬유패션산업 메커니즘이 만들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자생력을 잃고 여전히 관의 수혜적인 지원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섬유패션계도 국회의원을 배출해 당당한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에 전달해야 할 것이다. 독재정권 시절, 패션 산업을 이끈 고급 부띠끄는 사치조장의 온상으로 간주되어 심심할 때마다 시범케이스(?)로 걸려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아 휘청거렸다. 또한 청계천 피복노조에서 일했던 전태일 열사의 분신에서 보듯, 섬유업을 수출산업의 역군으로 추켜세우면서도 그 뒤안길에서는 무수한 여성노동자와 10대 노동자들을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착취해 고도성장의 희생양으로 만들기도 했다. 부띠끄 스캔들이 터져 국회 청문회가 열렸을 때 평소 민간외교 사절이라며 추켜세우던 국회의원들이 디자이너 앙드레 김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TV로 목격하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국회 청문회에서 그 어떤 증인도 앙드레 김처럼 모욕당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만일 당시 섬유패션계를 대표할 국회의원이 있었다면, 디자이너 출신 국회의원이 있었다면 그렇게 당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바로 옆의 영화판을 보자. 한국 영화계의 경우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문화부장관을 맡고 있는 이창동 감독이나 노사모 출신의 문성근, 명계남과 같은 인물들을 통해 자신들의 밥그릇인 스크린쿼터제를 여전히 사수하고 있으며, 이번 총선에서 젊은 영화인들도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이제 한국 섬유패션 산업도 제도적인 지원이나 입법적인 지원을 통해 일하기 좋고 투자하기 좋은 섬유패션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섬유패션업계의 권익을 대변할 압력단체를 만들어 당당하게 섬유패션계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패션협회의 상근부회장 선임을 지켜볼 것이다. 얼마나 개혁적이고 정치적인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 섬유패션업계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섬유산업연합회와 한국패션협회가 한국섬유패션산업연합회(가칭)로 통합되어 부자재업체, 소재업체, 어패럴업체, 디자이너 브랜드, 백화점, 수입업체 등의 힘을 모으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패션 디자이너 단체의 통합에만 열 올릴 것이 아니라 큰 그릇에서의 통합이 절실한 때인 셈이다. 더 이상 자리

유재부 기자
jby@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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