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품 때문에 난리다. 명품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규정 없이 우리 일상은 명품지향으로 바뀌었고, 미디어가 조장한 ‘웰빙’ 트렌드와 함께 ‘명품+웰빙=행복’이라는 소비지향적 인생관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지만 명품을 사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고,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카드 연체자가 되고, 구입 비용을 마련키 위해 절도와 강도 행위를 한다. 심지어 ‘명품 빚’ 때문에 자살을 하고, 짜가 명품을 걸치기만 해도 강도의 표적이 된다. 명품 때문에 살고, 명품 때문에 죽는 요지경 세상이 된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품(名品)의 오리지널 표기는 ‘럭서리 굿(Luxury Goods)’으로, 직역하면 ‘럭셔리 제품’이다. 럭셔리라는 단어를 영한사전에서 찾아보았다.
‘Luxury ; n. (pl. ries) 1. 사치, 호사 live in ~ 사치스럽게 살다. a life of ~ 사치스런 생활 ~ tax 사치세. 2. 사치품, 고급품. 3. 유쾌, 쾌락, 만족. 4. 방종. 5. 《고어》 외설, 호색 / a. 사치(품)의, 고급(품)의 a ~ car 고급차 a ~ hotel 호화 호텔 ☞ luxurious a.: luxuriate v.’
그 어디에도 명품이라는 해석은 없다. 명품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명품(名品) [명사] 훌륭하여 이름이 난 물건(작품)’으로 간단하게 나와 있다. 한영사전을 찾아보면 ‘a fine article;a gem’이라고 나와 있어 ‘Luxury’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어째서 ‘고가품’ 혹은 ‘사치품’으로 해석되는 ‘럭셔리굿(Luxury Goods)’이 우리나라에서는 ‘명품’으로 둔갑한 걸까.
1996년도로 기억된다. 모 방송국에서는 잡지 화보에 나온 의상과 소품의 가격을 모두 합산해, “라이선스 패션지가 수천만원의 고가 수입제품 화보를 통해 사치를 조장한다”는 내용의 뉴스로 내보냈다. 방송이 나간 후 라이선스 패션지에서는 슬그머니 가격 표기를 없애버렸고 ‘명품은 가격이 없다’는 오만함과 너무 고가로 인해 생길지 모르는 위화감을 방지하기 위해 가격미정이라는 ‘묻지마 가격 화보’로 사치 조장이라는 여론의 화살을 빗겨갔다.
당시는 수입 패션시장이 막 개방된 민감한 시기였다. 패션시장 개방에 대한 미디어의 논조는 한국 패션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시장개방을 통한 상호경쟁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도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시장개방 후 IMF를 거치면서 한동안은 사치성 고가 수입 제품에 대한 견제 심리를 가졌던 미디어들은 슬그머니 수입 고가 제품의 명품 만들기에 앞장서게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일간지에서는 수입 고가 브랜드 기사를 쓰면 ‘빈부격차’ 이야기가 나왔다.
‘명품 브랜드는 너무 비싸다’ 식의 고발기사라면 모를까. 그렇게 비싼 고가 브랜드를 누가 입을까라는 것이 데스크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경쟁 신문에 명품 기사가 나가고 여기에 명품이라 불리는 수입 고가 브랜드 광고라도 있으면 당장 왜 명품 기사 안 쓰냐며 기자들을 나무란다. 그러면 기자들은 ‘명품 히스토리’라는 고도의 광고형 기사를 통해 고가 수입 브랜드를 한순간에 명품으로 둔갑시킨다. 몇 년 사이에 수입 브랜드를 다루는 일간지 시각은 천양지차로 바뀌어 수입 고가 브랜드들은 몇 년 사이에 사치 조장의 주역에서 일약 문화의 아우라를 가진 ‘명품 반열’에 오른 셈이다. 결국 일간지의 ‘수입 브랜드의 명품화 선전 열풍’은 진정한 언론의 정도보다는 치열한 광고 수주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신문의 기업적 측면이 더 부각된 셈이다.
‘명품’의 기원이 갤러리아 명품관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즉, 국내 브랜드들만을 모아놓은 ‘생활관’과는 달리 수입 고가 브랜드로만 꾸며진 별관을 ‘갤러리아 명품관’이라고 부르면서 ‘수입 브랜드=명품’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후 백화점마다 경쟁적으로 수입 브랜드로 구성된 명품관을 만들고, 온라인에서 역시 명품관 짓기에 여념이 없다. 재고조차도 명품 대접을 받는 수입 브랜드의 천국이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얼마 전 ‘명품에 눈이 멀어 다니던 삼촌 회사의 공금 6억원을 탕진한 여 조카’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하지만 일간지들은 자신들이 부추긴 수입 브랜드의 명품화 선전 열풍에 대한 반성 없이 ‘명품 쇼핑에 중독돼 분별력을 잃어버렸다’며 모든 책임을 당사자에게 돌렸다. 기사 내용인즉슨 조카가 3년 간 삼촌 회사의 공금 6억5천만원으로 수입 고가 제품을 구입했다는 것인데, 습관적으로 쇼핑에 나선 탓에 포장을 뜯지 않은 제품이 허다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라면 ‘철없는 조카의 낭비벽 문제’가 아니라 명품이라 불리는 수입 고가 사치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병리이자 신종 정신병인 것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나 대처에 대한 기사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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