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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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9 오전 10:47:46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했던가. 제57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수상이라는 한국영화사에 빛나는 쾌거를 이룩한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과 최민식이 ‘해피보이’가 되어 금의환향했다. <올드보이>는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후 칸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서 수상한 두 번째 한국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씨받이>와 감독상의 <오아시스>,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의 <사마리아>를 포함, 세계 3대 영화제 주요 부문에서 상을 탄 다섯 번째 한국 영화다. 여기에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세계에 걸쳐 약 500만달러(60억원)라는 수출 실적까지 올려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올에이를 받았다. 이런 축제 분위기의 영화계를 바라보는 패션계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실미도>를 통해 1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한국 영화계는 <올드보이>의 칸 수상을 계기로 ‘한국영화의 대중화, 산업화, 세계화’를 동시에 올인원해 버렸기 때문이다. 구호로는 ‘한국패션의 대중화, 산업화, 세계화’를 외쳤지만 정작 밥그릇 지키기와 세 싸움(?)만 하는 사이, 영화계는 패션계보다 먼저 그 꿈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번 수상의 의미는 평소 박찬욱 감독이 존경하거나 또한 그에게 영향을 미친 세계적인 감독들과 경쟁해서 받은 상이라는 점과 토속적인 한국미가 아닌, 서양에서 자주 다뤄온 장르로 수상을 했다는 점이다. 특히 ‘심사위원장을 맡은 <킬빌>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질투할 정도였다’는 후문은 한국 영화의 세계화가 시작되었음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1988년부터 할리우드 영화 직배가 본격화되자 한국 영화계는 ‘스크린쿼터제’ 사수와 함께 아예 체질을 바꾸었다. 즉, 만들면 대박이었던 6,70년의 공급자 시대에서 소비자 시대에 맞는 마인드로 바꾼 것이다. ‘우리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영화를 보자’는 계몽주의로는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계는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참신한 소재와 작품성, 그리고 특유의 마케팅으로 소비자 시대의 주인공들을 매료시켰다. 패션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다. 공급자 시대였던 ‘좋았던 시절’ 70년대에서 벗어나 소비자 시대에 걸맞는 패션을 창조해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수입 브랜드를 살 수 있는 요즘, 소비자들은 그 눈높이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본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왠지 물 건너온 것보다 떨어져~”라고. 하지만 최근 한국 영화를 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거, 진짜 우리나라에서 만든 거 맞아?”라고. 바로 이 차이다. 세계시장에서 통할 것 같은 영화를 찝어내는 소비자들의 눈썰미는 패션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제 소비자 시대에 맞는 패션 디자이너로 거듭나야만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패션의 산업화와 세계화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 디자이너가 해외 패션계로부터 각광을 받고, 우리 젊은 디자이너들이 유럽 명품하우스의 디렉터로 영입되었다는 뉴스는 단지 ‘희망뉴스’로만 그칠 것인지, 그 해답은 한국 패션계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유재부 기자
jby@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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