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브랜드 설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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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8 오후 1:53:24

노무현 대통령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 사이에는 ‘막말 정치론’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보면 대통령의 ‘툭툭’ 던지는 말이 매끄럽지 못해 ‘막말’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막말’은 그 동안 우리의 정치인들이 각종 미사여구를 들여 조심스럽게 그럴듯한 말로 국민을 현혹해 오던 것에 비하면 ‘시원하고 후련하다’며 반기는 이도 있다. ‘비판’과 ‘긍정’ 사이는 백짓장 한 장 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월요일 17대 국회 개원 축하인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서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그러나 결코 위기는 아니다.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위기 관리는 과장된 위기론을 잠재우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심각한 것’과 ‘과장된 위기’ 사이에 가늠이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4분기 상장사의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록을 갱신하는 무역흑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경제 부처마다 연말 경제성장률을 높여 잡고 있다. 이런데도 ‘뭐가 문제냐’는 표현인 듯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순풍은 무역뿐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경기 회복과 활황에 힘입어 전자와 자동차를 필두로 무역거래가 왕성하기 때문이다. 내수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대기업은 이익률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정도로 호황이고 중소기업들은 초죽음이다. 각종 언론에는 ‘극빈층 큰 폭 증가’, ‘자살률 세계수위’, ‘신용불량자 문제 심각’, ‘가계 빚 사상 최고’, ‘내수경기 15개월째 감소’ 등 온통 어두운 내용들로 가득하다.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수출호조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과장된 위기론’ 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볼 때 내수경기가 쉬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장 경기가 나쁘면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죽는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경기 회복에 목 매고 있는 패션업계에는 어떤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매출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수입 브랜드를 비롯한 수입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은 큰 폭으로 늘고 내수 내셔널 브랜드의 매출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편으로 피스당 5천∼3만원 이내 초저가 아웃렛 매장의 매출이 늘어나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결국 상류층과 중하류층으로 대별되는 양극층이 늘어나고 중상류층이 줄어들면서 사회의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강자존(强者存)’ 사회 속에서 중상류층이 건강하지 못한데 우리 패션시장이 건강할 수 있는가. 뚜렷해진 소비양극화 속에 중견 내수 패션 브랜드들이 맥을 못 추자 이를 반영, 백화점마다 수입 럭셔리 브랜드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일부 백화점은 해외시장 조사를 위해 바이어들을 파견할 정도다. 또한 매스티지(다소 저렴한 값에 명품 흉내를 낼 수 있는 상품군) 조닝을 확대하려는 쪽으로 MD개편 방향을 잡고 있다. 이 말은 곧바로 어렵게 고급 백화점에서 명맥을 이어오면서 ‘장수 브랜드’의 꿈을 키워온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나 토종 내셔널 브랜드의 고사를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은 직수입 브랜드나 수입 라이선스 브랜드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일본에서 경험한 바가 있다. 일본이 10년의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소비의 양극화를 가져와 유명 백화점에는 일본 토종 브랜드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그 빈자리를 수입 브랜드나 라이선스 브랜드가 모두 메웠다. 우리도 이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 내수 토종 브랜드들의 고난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990년대 중반, 중앙 백화점들이 중앙 브랜드를 내세워 지방진출에 나서면서 지방 브랜드들이 대거 자취를 감췄다. 지금 중앙 백화점들이 토종 브랜드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시장에서조차 외면당하는 토종 브랜드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차별화와 규모화하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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