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입는 데도 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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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8 오후 1:52:00

대한민국 17대 국회가 개원했다. 혁명적인 결과만큼이나 주목을 끈 것이 있으니 바로 의원들의 옷차림, 즉 패션에 대한 관심이었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과연 노동운동가 출신 단병호 의원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점퍼를 벗고 양복을 입을까 내지는 농민운동가 출신 강기갑 의원이 과연 두루마기에 수염을 기르고 등원할지 여부는 이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생긴 세인들의 궁금증이었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파워가 세진 여성의원들의 패션 또한 관심대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국회 개원 첫날. 역시 새로운(?) 국회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좀 오버한 일간지는 ‘17대 국회는 패션쇼장?’이라는 타이틀을 뽑기도 했다. 관심의 대상이었던 단병호 의원은 점퍼 차림으로 등원했고, 강기갑 의원은 옥색 두루마기에 고무신을 신고 등원했다. 이외에 대부분의 남성의원들은 예년과 같이 감색이나 검은색 계열의 정장을 갖춰 입었다. 39명의 여성의원들은 군청색 계열의 정장에서 탈피한 밝은 색 의상을 많이 입어 밝아진(?) 17대 국회를 주도했다. 특히 챙이 달린 모자를 쓴 무용가 출신의 한나라당 강혜숙 의원과 선글라스를 머리에 걸친 같은 당 박찬숙 의원은 너무 파격적인 패션으로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국회에 소풍갔느냐”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편 1년 전 콤비에 티셔츠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다가 동료의원들의 퇴장을 유발시킨 ‘국회 복장파괴의 원조’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갈색 상의에 검은색 팬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 캐주얼도 정장도 아닌 ‘유시민표 캐수트(캐주얼+수트)’를 선보였다. 옷입기에는 룰이 있다. 유식하게 말하면 TPO라고 한다. 때(Time)와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따라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식에 가면서 핫 팬츠에 탱크 톱을 입는다면? 상가에 가면서 화려한 넥타이나 원피스를 입고 문상한다면? 아마 사람들로부터 ‘또라이’라고 손가락질받거나 아니면 어디 아프냐고 위로를 받을 것인다. 한편 17대 국회의 ‘복장파괴 바람’에 대해 인터넷도 뜨거웠다. 대다수 네티즌들의 의견은 “내용이 바뀌어야지 포장만 바뀌면 뭐하느냐”부터 “공인으로서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등 캐주얼 복장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격에 맞는 옷이라면 보통 우리가 초상집이나 결혼식에 갈 때 입는 정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 무슨 옷을 입어도 괜찮다는 발상은 제 부모 돌아가셨을 때 반바지에 러닝 바람으로 찾아온 손님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주인을 무시하는 행위죠. 말하자면 국회의 주인인 국민을 깔보는 행위에 다름아닙니다. 국회의원은 국회의 주인인 국민들께 예를 갖추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네티즌 seoldaiwu님 의견) 옷은 그 사람의 얼굴이다. 그래서 ‘옷은 제2의 피부’라고도 한다. 그만큼 제대로 된 옷차림은 상대방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이자 마음가짐인 셈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공인들이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양복이든 한복이든, 정장이든 캐주얼이든, 무엇을 입든지 상관은 없다. 다만 TPO에 맞춰 제대로 옷을 입었으면 한다. 더불어 그 스타일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희망을 주는 스타일이었으면 더욱 좋겠다. 적어도 대한민국 여성들 중에서 “나, 저 국회의원 오빠처럼 멋진 남자와 결혼할 거야”라는 말이 나올 때 비로소 국회를 주제로 패션을 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유재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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