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될수록 ‘누가 더 싸게 판매하느냐?’가 화두가 되고 있다. 실제 이번 여름 의류시장에는 1만원 안팎의 티셔츠가 판을 치고 있으며 웬만한 세일 폭으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가격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판매현장이 이렇다 보니 최근 패션기업들의 화두는 단연 원가 낮추기다. 경쟁 브랜드에 비해 1천원이라도 싸게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그만큼 이익을 줄일 수도 없다는 것.
중저가 브랜드를 전개중인 행텐코리아는 지난해부터 공개입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신상품 샘플이 나오면 중국내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납품단가를 동시에 받고, 이 가운데 최저가를 적은 업체에게 물량을 밀어주고 있다.
또 다른 캐주얼업체는 중국 다이렉트 소싱 비중을 40%까지 늘렸다. 중간거래처였던 프로모션을 거치지 않고 거래한 덕분에 납품단가를 30∼40% 줄였다는 것이 이 브랜드 본부장의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대부분 프로모션업체들이 기획력보다는 생산 대행에 대한 수수료를 먹는 개념이기 때문에 비용만 추가될 뿐 기대에 못 미쳤다. 생산 담당자 외에도 MD, 디자이너들을 수시로 중국 현지에 보내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라인을 활용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스웨터, 다이마루에 대한 해외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신원은 최근 내수 오더의 상당량을 수출사업부에 일임했다. 이를 통해 이 회사는 30∼40%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비용절감 외에도 내수와 수출의 성수기가 다르기 때문에 공장가동률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신성통상의 「폴햄」도 올 하반기부터는 수출라인을 활용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물량(lot)이 적어 어려웠지만 하반기부터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가경쟁력에 대한 패션기업의 이 같은 노력은 실력이 부족한 국내 프로모션업체들에게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인맥을 통하거나 함량 미달인 업체를 거래해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대세를 이루면서 프로모션업체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캐주얼업체 본부장은 최근 인맥을 통해 찾아온 프로모션업체 대표에게, “우리 납품가를 맞출 수 있으면 거래하자”고 말했다. 이 업체의 납품가를 살펴본 프로모션업체는 두 말 없이 물러났다고 한다.
한 대형 여성복업체 사장은 최근 협력업체 간담회를 통해, “현재 납품가의 15%는 더 줄여라”고 요구했다. 이 사장은 저가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본사도 최대한 비용을 줄였으니 생산업체도 그만큼 노력해 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수록 보다 싼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설령 경기가 단기간에 반전된다고 하더라도 전자제품의 신제품 공세에 이어 레저생활에 대한 씀씀이가 늘어나면서 ‘옷값’에는 더욱 인색할 것이다. 가격싸움이 피해 갈 수 없는 시대 트렌드라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브랜드만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원가경쟁력을 키우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인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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