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섬유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 중 하나였던 적이 있다. 까마득한 옛날 얘기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섬유산업이 지금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처럼 섬유산업이 천대받게 된 이유는 뭘까? 수출이 안 돼서일까? 아니다. 현재도 맘만 먹으면 수출은 가능하다고 한다.
천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시장에서의 우리 기업간 과열경쟁으로 수출을 해도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수출 오더를 따기 위해 염가 공세와 한술 더 떠 상대 업체 비방으로 자중지란을 일으킨 결과다. 이러한 영업행태가 결국 섬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치부케 했고, 밑지면 수출하는 한심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최근 내수시장 위축으로 패션 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와 한류 열풍 등을 예로 들며 많은 사람들이 중국 진출의 최적기가 지금이라고들 말한다. 지리적 영향과 역사적 유대관계, 생산기반의 중국 이전 등을 지적하며 일각에선 중국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까지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몇몇 패션 기업이 중국시장 안착 평가를 받자, 이제 중국시장 진출은 내수침체로 골몰하는 많은 패션 기업들의 탈출구로까지 간주되는 상황이다.
이런 중국시장에서 최근 이상기류가 일고 있다. 섬유산업을 사양화시킨 우리 기업 간 과열경쟁이 감지되고 있는 것.
매장 오픈차 최근 중국을 다녀온 한 캐주얼 브랜드 사업본부장은 중국 상해 모 백화점 바이어 말을 인용하며, “가을 MD개편 때 상해 유력 백화점 입점을 위해 다녀간 한국 업체만 70여 개에 이른다”며 “이들 중에는 국내에서 지명도 있는 브랜드는 물론 언더그라운드 브랜드, 심지어 포장만 한국 브랜드인 것까지 다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패션기업간 과열 조짐이 일자, 중국 백화점 사이에서 최근 쿼터제를 실시, 한국 브랜드 입점을 제한하겠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뿐 아니다. 과열경쟁으로 인해 일부 한국 기업은 입점비 명목으로 바이어에게 뒷돈을 주는 사례도 관측되고 있다. 중국 사업을 활발히 펴고 있는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한국 브랜드임을 자칭하는 모 브랜드가 입점비로 중국 돈 10만원, 우리 돈으로 1천500만원을 줬다는 얘기가 최근 중국 바이어 사이에서 공공연히 돌고 있다”며, “중국 백화점이 우리 백화점과 달리 한번 입점하면 어지간해서는 철수시키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부조리를 자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는 비즈니스를 할 때 국가 이미지가 함께 따라붙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떤 한국 브랜드이든 ‘한국’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이 같은 그릇된 행태가 일각에서 자행된 것이고 아직은 그 정도도 미미하기에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패션산업이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록 일각의 일이고 미미하다 해도 간과할 일은 아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이 일이 한국 브랜드와 한국 패션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또 그릇된 영업 관행으로 중국 바이어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후폭풍이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섬유 수출을 통해 이를 경험했기에 더욱 그렇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날려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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