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는 ‘1인 기업’에 관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이 책들엔 혼자서 할 수 있는 사업으로서의 ‘1인 기업’에 관한 내용이 많다. 인터넷 사업이거나 네트워크마케팅, 혹은 다양한 나홀로 기업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잘 따지고 보면 우리는 누구나 ‘1인 기업가’이다. 개개인이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았을 뿐 회사에 혹은 어떤 단체에 소속돼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걸고 시간과 노동을 들여 소득을 창출하고 그에 따른 세금도 낸다. 누구나 개인기업의 이익인 소득을 늘리기 위해 혹은 좀더 향상된 근로조건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패션계의 안정된 기업의 경우 파트별 팀장은 대부분 연봉이 5천만원을 넘는다. 영업부서장은 4∼5천만원 정도이고 패턴사는 6∼7천만원이나 된다. 생산이나 관리파트의 팀장들도 4천만원에 이른다. 수석디자이너들은 8∼9천만원에서 1억원을 넘어선다. 기획팀장급들도 4∼5천만원이나 한다. 이들은 각각 이만한 기업의 1인 기업가들이다. 우리는 자신의 1인 기업 규모를 잘 못 느끼고 산다.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이면 논 100마지기를 가진 사람이얼마나 큰 부자인가를 알 것이다. 지난 여름 한 농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농부는 100마지기의 쌀농사를 짓는 비교적 부농이었다. 그는 이 농사를 지으면 연 4∼5천만원 정도의 소득이 생긴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나 그의 소득 속에는 농사에 따른 많은 경비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패션계에 근무하는 중간간부들이 적어도 150∼200마지기의 쌀농사를 짓는 셈이 된다.
수석디자이너는 약 300마지기의 쌀농사를 짓는, 그야말로‘대농(大農)’인 셈이다.
이제 스스로를 철저히 1인 기업가로 무장시켜 기업경영을 해야 살아 남는다. 기업의 생명은 신용이다. 기업에서 신용이 무너진다는 것은 곧 파산을 의미한다. 때문에 기업가들은 기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신용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직장인으로서 1인 기업에서 신용은 곧 자신의 상품인 기술(능력)을 구매해 주는 기업주와의 정직한 관계이다.
그러나 우리의 패션계에는 신용의 중요성을 망각한 1인기업가들이 많다. 2∼3년을 주기로 전직이 관행화되어 있는 패션계에는 어차피 새 디자이너의 영입이 일상사가 되고 있다. 한 패션 기업에 새 디자이너가 영입되면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거래선의 교체 바람이다. 원부자재 거래선에서부터 심지어는 생산하청 라인까지 바뀐다. 경영진에서 기업관계를 고려하여 거래선을 바꾸지 말도록 부탁해도 소용이 없다. 무슨 핑계로라도 거래선은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대부분 바뀐다. 이것은 많은 경우에서 부정의 연결고리가 된다. 거래에 따른 음성 리베이트, 즉 뇌물이 오가는 먹이사슬이 형성되는 것이다. 원부자재 구매의 통상 리베이트는 구매가의 2∼3%로 관행화되어 있다. 4%가 넘는 경우도 있다. 리베이트는 디자이너들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생산 담당자들은 하청회사에 비슷한 리베이트를 받는다.이들의 리베이트 관행으로 인해 많은 정직한 1인 기업가들의 성실한 근무에도 경영주의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패션계가 가족주의 경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모 패션사의 수석디자이너가 부하직원에게 무심코 통장을 맡겼다가 거래처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받아 온 사실이 발각되는 일이 있었다.
증거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저 디자이너는 뒷돈을 받는다’고 지목받는 사람이 업계에는 더러 있다. 물론 불법이지만 지금은 사설기관에 50만원 정도만 주면 개인통장조회를 해주는 시대다. 기업주들이 의심스러운 간부의 부정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기 전에 패션계에 정직한 1인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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