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서 옷을 사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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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칼럼

2013-10-25 오후 3:53:33




패션업계는 이제 벼랑에 직면해 있다. ‘경기가 언제쯤 풀릴 것인가?’하는 기대감과는 별도로, 이미 우리들 마음 한 구석엔 과연 경기가 풀린다고 나아질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깊게 자리한다. 그렇다. 경기가 풀린다고 과연 사람들이 브랜드 옷을 예전처럼 구매해줄 것인가?


불경기에도 잘 나간다고 하는 홈쇼핑, 온라인몰 등 제3 유통의 활황이나 변해버린 소비자의 입맛같은 거대한 변화에 완벽히 대응되어 있다면 경기만 풀리면 될 일이다. 그러나 정말이지 우리는 내심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뻔히 변해가는 사업환경을 보고서도 우린 미처 답을 내리지 못한 채 현실적 구멍을 메우기에도 분주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대로라면 경기가 풀린다해도 뾰족히 나아질 일은 없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오랜 불경기를 통해 이미 독특한 소비 습관을 쌓아왔다. 해외직구나 구매대행이 크게 늘었고, 항간에는 ‘코트만 브랜드, 속은 다 유니크로’와 같은 스타일링이 일반화되었다. 이 방식들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는 의외로 크다.


그들은 이 방식이 옳다고 믿고 있으며, 그런 소비를 자신에 대해 스스로가 스마트하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쓸데없는 돈을 쓰지 않았고, 좋은 제품을 싸게 샀고, 기업에 속지 않았다는 자부심들을 그들이 포기할까?


다시 말해 경기가 풀렸다고 이들이 그런 소비를 외면하고 백화점으로 돌아올리는 만무해 보인다.
경기란 순환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경기가 풀리는 것은 정해진 일이고, 단지 언제 풀리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반드시 대비해야 할 첫번째 과제는 호경기를 대비해 변화된 사업환경에 맞게 스스로의 체질을 바꿔두는 일 뿐이다.


변화하는 사업환경에 대응하려면, 달라진 현실을 바로보는 눈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업계 전체의 달라진 포션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자기 위치, 자기 캐릭터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과거에는 그저 자기 브랜드가 속한 경쟁군(群)에서의 차별점만 생각하면 되었다.
 
즉 여성 캐릭터 브랜드를 론칭하는 기업이라면, 캐릭터 군에 속한 다른 브랜드들의 특성과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지에 사업의 초점이 있었단 얘기다. 지금의 시장에서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 브랜드에게 필요한 의식은, 소비자가 온라인몰이나 홈쇼핑, 「유니클로」가 아닌 브랜드에서 옷을 사야 할 이유를 명확히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과연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사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우리에게 지금 물어야 할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옆 브랜드에 비해 무엇이 낫고 무엇이 부족한 지는 무의미하다.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데 옆집보다 나아봐야 무엇할 것이며, 옆집과 경쟁해봐야 무엇할 것인가.


브랜드 고유의 매력이라면, 그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이것이 있다고 외치지만, 소비자는 계속 없다고 말하는 바로 그것. 그 답을 발견하기 전까지 기업은 몸집을 줄이고 기다려야 한다. 혹자는 그러면 우리도 온라인 몰이 되자는 둥, 그러면 우리도 「유니클로」가 되자는 둥의 부질없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개미 같은 소기업의 순발력과 경쟁한다는 것도, 혹은 대규모 글로벌 기업의 생산력과 경쟁한다는 것도 무의미한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위기는 곧 기회란 말이 있다. 하도 들어서 의미도 퇴색되어버린 말이지만, 불변의 진리이기도 하다. 지금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올 겨울 기획 패딩을 수천 장 준비하는 일 따위가 아니다. 자신이 제 모습으로 업계 내에 존재해야 할 이유, 변화하는 시장속에서의 포지셔닝의 재확립을 선명히 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rosmary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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