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명 기자 kjm@fi.co.kr |
‘1.29.300’.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하인리히 법칙’이다.
큰 재난에는 앞서 29번의 중요한 사건들이 나타나고 300번의 경미한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이론이다. 사회과학이나 보험 업계에서 쓰일 법한 이론을 언급하는 이유는 최근 우리 패션 업계, 특히 아웃도어 업계를 둘러싼 끊임 없는 잡음이 대형 재난을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에서다.
최근 1~2년 사이 우리 패션 업계는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사건들을 겪어 왔다.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는 고가 패딩 논란부터 대형 패션 기업 오너가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기까지 한 인디 디자이너 상품의 카피 문제 등 잊을만 하면 한 차례씩 굵직한 패션기업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며칠 전에는 ‘신문지 회장님’ 사건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모 언론의 최초 보도에서는 ‘의류업체 회장’으로 표시됐지만 이후 후속 보도를 통해 유명 아웃도어 기업 회장의 실명이 거론되며 대중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그는 하루 전 ‘나눔재단 장학재단’ 출범 행사를 개최했고 지난해에는 사회 공헌활동을 인정받아 국민훈장을 받을 정도로 평소 사회 활동에 의지를 보여왔던 행적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업계는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갑을 횡포’ 논란에 휩싸인 기업들이 대규모 불매운동 사태까지 겪은 과정을 지켜본 마당에 자칫 불똥이 아웃도어 업계 전반으로 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 하는 모습이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불똥이 업계 전반으로 퍼질 경우 한창 대목을 맞은 아웃도어 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개별 기업 오너의 해프닝을 놓고 재난 운운 하는 것에 대해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은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형 패션 기업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들이 끊이지 않는 현상을 쉽사리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 지도층, 공인에게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지도층 인사들이 누렸던 특별 대접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그만큼 사회가 빠르게 변화했다는 증거다.
‘재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패션 기업 오너는 누구보다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트렌드와 유행을 다루는 업의 속성이 그렇고, 소비자의 의식 변화를 그만큼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우리 패션 기업이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기업과 경영자가 좋든 싫든 대중들의 평등에 대한 요구는 이미 일반화 되어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신문지를 던진 사건이 ‘사소한’ 일인지 몰라도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사회 지도층 인사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비춰진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맞닥뜨려 있는 소비자들의 모습이다.
사람의 몸 건강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얼른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을 먹어야 한다. 우리 패션 업계가 치료해야 할 부분이 어딘지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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