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바야흐로 패션계는 최대 이벤트로 불리는 4대 도시의 패션위크 기간이다.
9월 초에 시작된 뉴욕 패션위크를 시작으로, 런던을 거쳐 밀란, 파리로 이어지고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쇼가 열리는 도시는 뉴욕이다. 뉴욕은 그야말로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신예들의 데뷔의 장이자, 기라성 같은 뉴욕 출신 디자이너들의 정기적인 붐업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150여 패션쇼가 열리는 이번 시즌, 여기 저기 매 시간 패션쇼가 열렸을 뉴욕에서 아주 생경한 이름의 쇼가 진행되었다. 이름하여 Concept Korea와 Fashion Shenzhen. 컨셉코리아는 말그대로 한국 기관에서 지원하는 디자이너의 쇼를 한데 아울러 개최한 것이고, 패션셴쩬 역시 중국 셴쩬 브랜드 몇을 묶어 그 같은 이름으로 쇼를 연 것이다.
이 두 이름을 함께 대칭한다는 것은 참 낯설은 일이기도 했다. 국가나 도시 이름으로 쇼를 개최하는 곳은 한국과 중국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코리아란 이름과 셴쩬이란 이름에 가려, 해외의 수많은 에디터들은 그 안에 어떤 디자이너가 데뷔를 하고, 쇼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필자 조차 국내 디자이너 누가 참여했는지 알 길이 어려웠다. 대부분 신진들의 쇼는 에디터들이 직접 참여하기 보다는 포토그래퍼를 통해 사진으로 에디터들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포토들은 그저 ‘컨셉코리아’와 ‘패션셴쩬’으로 묶어 사진을 보내왔을 뿐 세부 디자이너들을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도 디자이너의 리뷰를 실어줄 리가 만무했다.
왜 그런 이름으로 쇼를 하게 된 것일까. 중국의 경우는 공무원들의 헛된 공명심, 그것을 만족시키는 것이 개개인의 브랜드를 세상에 알리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공산당 중심의 중국 사회에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그랬을까. 왜 디자이너를 밀어주기로 했으면 그들의 이름을 내걸어 줄 일이지, 도리어 패션 전문가들을 시큰둥하게 만들 국가 이름을 내걸고 있는 것일까. 국가가 하는 쇼라니, 대체 누가 거기서 스타일리쉬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단 말인지.
비슷한 사례로서 영국의 Fashion East Company의 성공적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패션 이스트는 비슷한 개념으로 영국에서 만들어진 ‘회사’이다. 영국 정부가 지원하긴 했지만, 실제 스폰서는 「톱숍(Topshop)」 등 영국 기업들에 의해 이뤄진다.
이 회사는 창의성을 채 알리기도 전에 유망한 신진 디자이너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을 막고자 이익을 내지 않는 회사로서 설립되었다. 그리고 해마다 Fashion East로 패션위크에 참가하지만, 뚜렷하게 어떤 디자이너들을 자신들이 육성하고 있는지 언론에 선명히 드러낸다.
패션 이스트 컴퍼니가 지루한 정치 냄새가 없는 ‘회사’라는 점, 그리고 영국내 유수 기업이 스폰서를 맡고 있어 차후 이 회사의 디자이너들이 진출할 진로가 밝다는 점, 심지어 언론들이 이들이 과연 어떤 디자이너를 유망하다고 선정해주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패션 이스트는 매우 매력적인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나라 이름을 내세우는 건 때로 부질없는 정도를 넘어 고루한 선입견을 심어준다. 뉴욕에서 성공을 거둔 전통 식당으로는 태국 식당이 꼽힌다. 태국 정부는 정부가 직접 태국 식당을 열거나 하는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태국 원산물을 식당에서 직수입하도록 장려하고, 그 식당에 대해 인증을 주는 시장의 룰을 따르기로 했고, 그 방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공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가 뉴욕에 직접 한식당을 내겠다고 나섰던 행보와는 대조적인 사례이다. 컨셉코리아란 이름 자체는 그 자체로 우리나라의 후진성을 잘 드러내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게 대체 무슨 컨셉이란 말인가.
정부가 모처럼 신진들을 지원하겠다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음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생색만 있고 결과는 없다면 높이 평가한들 무엇하랴. 컨셉코리아가 부디 한 명의 디자이너라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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