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욕(私慾)에 무너지는 한국 패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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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5 오전 9:26:04



최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소싱업체 대표들의 연락이 잦아졌다. ‘내수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됐으니 오더량도 많이 줄었고, 납품 가격 후려치기도 심해 사업하기 참 어렵다’는 것이다. “소싱업체들 경기가 패션업체 흐름과 같이 가는 것이니 납품 가격도 줄여보고, 어려움을 나누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일부 직원들의 사욕(私慾)이라고 한다. 글로벌 SPA와 온라인 브랜드의 공세와 유통비용 증가로 기업은 궁지에 처했지만, 실무 책임자들은 개인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A 중견 여성복 브랜드의 경우, 디자인실 책임 임원이 액세서리나 기획 상품 하나까지 모두 컨펌하면서 협력업체를 쥐어짠다고 한다. 발주일이 1개월이 지나도록 7, 8번의 디자인 수정을 반복하던 이 임원은 ‘언더 테이블 머니’를 받고서야 넌지시 OK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당 거래처는 “‘언더 테이블 머니’를 주는 것이 올바르지는 않지만 납기 클레임까지 물고나면 회사가 힘들어져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 한다. 그나마 이 브랜드는 물량이 많고, 결제가 바로 되니 어떻게 하든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기능성 소재업체  B사는 대기업인 L사에서 찾아와 상담했다. 처음엔 내수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적지않은 물량을 내세워 몇 차례 시직을 거쳐 생산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L사 소싱팀장이란 사람은 생산이 완료된 시점에서 단가 인하를 요구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처사였지만, B사 해당 팀장은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암시를 던졌다고 한다. B사 사장은 고소를 통해 이 건을 해결하겠다고 한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C 여성복 업체는 인원과 연봉 등 모든 면에서 늘 열악했다. 당연히 우수한 인력은 채용하지 못했고, 설령 입사하더라도 바로 이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8년차 디자이너가 대부분 업무를 결정했다. 오너는 늘 그 디자이너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연봉 3000만원인 그 디자이너는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닌다고 한다.


소싱업체 관계자들이 말하는 패션업체 개인 비리는 끝이 없다. 기업들이 겉으로는 도덕 경영이나 사회적 기업 등을 운운하며 좋은 이미지를 만드기 위해 노력하지만, 내부의 몇몇 부도덕한 직원들 탓에 기업 경쟁력은 물론 근본부터 무너지고 있다.


패션업계 대표적인 윤리경영 기업으로 손꼽히는 D사도 최근 몇 년째 일부 직원들의 모럴 헤저드로 속앓이 중이다. 중국 법인이 문제가 심각해 완사입에서 직생산 체제로 전환했지만, 원부자재 소싱 과정에서 부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조직을 주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기업의 도덕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더욱이 거래 관계가 많은 패션업 특성상 부정적인 관행들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회사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또 경영자들은 일방적인 충성만 강요하기에 앞서 기업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의 역량과 판단에 의해 업무가 좌우 된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의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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