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성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삐띠 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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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 김정명 기자

2013-07-05 오후 4:37:06



내년1월과 6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남성복 전시회 ‘삐띠 워모(Pitti Uomo)’.


실내외 5만9000m²에 달하는 면적과 매 회 1000개가 넘는 참여 브랜드의 규모도 규모지만 1972년 처음 시작해 올해 6월 84회를 맞은 뿌리 깊은 역사는 삐띠 워모를 ‘남성복의 심장’ ‘이탈리아 남성복의 자존심’으로 불리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러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전세계 패션 트레이드 페어 가운데 가장 먼저 개최될 뿐더러 참가 비용도 비싸고 참가 기준 역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삐띠 워모의 자존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매 회 꾸준히 참가하던 바이어들로부터 ‘볼 게 없더라’ ‘뻔한 브랜드들이 뻔한 상품만 보여줘서 식상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바이어들이 등을 돌리면서 참가 업체 수도 줄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8년 불어닥친 유럽 금융 위기는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의 소비 규모 축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게다가 캡슐쇼, 프로젝트쇼 등 신흥 트레이드 페어가 젊고 참신한 브랜드들을 모아 성공하면서 삐띠 워모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삐띠 워모의 주관사는 위기 돌파를 위한 변화에 나섰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변화를 추진하는 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음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대목, 기존 이탈리아 패션의 주도 세력들로부터 삐띠 워모의 정체성이 훼손된다는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삐띠 워모는 우선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클래식을 강조하는 전문 남성복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와 유럽, 미주, 아시아 지역의 신진 디자이너와 소규모 독립 브랜드들을 대거 유치해 ‘마이팩토리(My Factory)’, ‘뉴 비트(New Beat)’만을 강화했다. 젊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신진 브랜드들에게 넓은 공간을 할애하고 마음껏 새로움을 펼쳐보이게 했다.


이런 시도가 맞아떨어지면서 기존 브랜드들의 변화가 시작됐다. 그 결과 이번 삐띠 워모는 ‘정통성’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전시회라는 인식을 주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티이매진의 CEO 라파엘로 나폴레오네(Raffaello Napo leone)는 “84회 삐띠 워모는 혁신과 연구를 통해 다시 한 번 남성 패션의 중심임을 밝히는 자리였다”면서 “100여개 국가에서 3만여 명의 바이어가 참여해 새로운 브랜드, 젊은 디자이너를 만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패션업계도 또 한번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많은 패션기업 경영자들이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새로운 틀에 맞춰 조직과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새로운 것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존 비즈니스의 경쟁력도 확보하면서 새로운 사업도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면, 과감하게 수용하고 기존의 문화와 어우러지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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