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와 패션은 누가 甲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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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칼럼

2013-06-28 오후 6:55:05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갑을(甲乙) 관계’를 논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뿌리가 하나인 섬유와 패션산업에 애당초 甲과 乙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이 둘 사이에 아직도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기자가 행사를 취재하고 왔으면 대개는 성황리에 잘 치렀다는 기사를 쓰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3 섬유·패션산업 CEO 포럼’행사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참석자 400여 명중 패션계 인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최병오 한국의류산업협회장, 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과 협회 관계자 그리고 강의를 하러 내려온 이상봉 디자이너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단체나 원사, 원단업체 사람들이어서 섬유·패션업계를 아우르는 CEO 포럼이란 행사 취지가 무색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연사로 나선 이상봉 디자이너가 “오늘처럼 부담스러운 강의는 처음”이라며 진땀을 뺐을까. 그래서 이번 포럼은‘스트림간 융합, 동반성장으로 미래를 여는 섬유·패션산업’이란 슬로건에 걸맞지 않은 행사였다는 평이다. 패션계 사람들이 빠진 채 섬유와 소재업체,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려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 격 이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섬유·패션인들 만의 잘못이 아니다.행사를 주최한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패션업계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텍스타일에 패션을 결합한 이른바 ‘Tex-Fa(텍스파)’란 신조어를 만들어 텍스파 조찬포럼, 텍스파 CEO 포럼, 텍스파 비즈니스스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지원팀을 신설, 섬유·패션 협력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업·다운 스트림간 상생 및 인적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정부 차원에서 패션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선행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과거 제조업 마인드의 섬유 중심이 아닌 엔드 유저인 패션 중심으로 사고를 바꿔야 한다.


◇ 차기 섬산련 회장은 패션 오너가 맡아야


산업화와 민주화가 30년 혁명이었다면 패션 문화는 100년 농사다. 그만큼 길게 내다보고 꾸준히 지원해야 패션인들이 힘을 얻고 패션산업이 융성할 수 있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수출로 이 나라를 먹여 살린 섬유산업의 위상을 반영하듯 당시 상공부 내에 섬유생활산업국이 있었고 그 아래 섬유원료과, 섬유방직과, 섬유제품과 등 3개과를 운영할 정도로 막강했다. 그러던 것이 사양산업이니, 3D 업종이니 하면서 정부 내 섬유국이 소리 소문 없이 폐지된 후 섬유패션과로 통합돼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때 미래생활섬유과로 축소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섬유세라믹과로 개편돼 현행 산업통상자원부 조직도에서 패션이란 이름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
정부 정책에서부터 패션이 홀대 받다 보니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련)의 명칭에 ‘패션’이란 용어를 넣자는 의견 조차 업계 원로들의 무관심 속에 번번히 거절 당하기 일쑤였다. 현재 섬산련 산하에 30여 개 직능별 단체가 있는데 패션 관련 단체는 한국패션협회와 한국의류산업협회 단 두 곳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지원하는 스트림간 협력기술개발사업 예산도 섬유에만 집중돼 있다. 물론 스트림간 기술개발사업 이란 것이 R&D 위주이다 보니 패션의 경우 디자인 개발 분야에만 한정돼 결과물이 명확치 않고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래도 연간 34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섬유 소재 부문에만 80% 이상의 예산이 집중돼 있다는 것은 언뜻 납득이 안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간판에 패션이란 명칭도 쓸 수 없고 전 섬유인 행사에 패션계 인사 참여율이 저조할 뿐더러 정부 정책에서 조차 패션이 밀린다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섬유·패션산업의 총본산인 차기 섬산련 회장을 패션업계 인사가 맡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게 된다면 섬유를 모태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문화가 국력인 21세기에 한류를 등에 업고 패션문화 발전에 혼신의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우현 이사
whk@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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