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수 Tee Library 대표 |
모든 디자이너 분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히 ‘디자인’일 것이다. 그럼 디자인이 잘된 옷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옷을 순수 예술로 바라보지만 않는다면 고객들이 진짜 원하는 옷(demand)이라 말할 수 있다. 매장에서 잘 팔려서, 직원들 봉급을 제때 줄 수 있고, 거래처에 생산 대금을 제 때 줄 수 있는 그런 옷 말이다.
분명 혹자는 “당신이 디자인에 대해서 무엇을 아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여기서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본인은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인에는 전혀 재주가 없다. 하지만 소비자의 시각에서 옷이 멋지고 매력적인지 그래서 구매의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10% 정도는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49.99% 이상 예측할 수 있다면, 나는 그분을 패션 비지니스계의 신으로 받들고 수억원을 드리더라도 우리 회사로 모시겠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디자이너 분들이 참신하고 멋진 옷을 선보이기 위해서 열정을 가지고 밤을 지새우며 디자인을 한다. 그리고 나서 완성된 컬렉션의 콘셉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면서 세상을 상대로 설명한다. ‘아방가르드’, ‘현실을 왜곡한’, ‘동양적인’, ‘리얼리틱’ 등 정말 수많은 형용사들을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다수의 디자이너 분들이 놓치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이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제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이라고 해보자. 과연 내가 생각하고 이해하는 아방가르드를 똑 같은 각도에서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애석하게도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데르센의 ‘벌거숭이 임금님’이라는 동화를 기억하는가? 착하고 순수한 사람에게만 이 근사한 옷이 보인다고 말하는 두 명의 재봉사 앞에서 모든 국민들과 심지어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임금님 본인 조차도 멋진 옷이라고 칭찬을 한다. 하지만 결국 한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현실이 드러나고 임금님은 수치심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그리고 동화 속에는 안 나오지만 아마 두 명의 재봉사는 분노가 극에 달한 임금님에 의해서 처참하게 사형되었을지도 모른다.
자 이제 이 이야기를 현실에 대입해보자.
재봉사는 ‘디자이너’, 임금님에게 멋있다고 칭찬한 사람들은 ‘매스컴’, 임금님은 디자이너의 옷을 사서 입은 ‘고객’인 셈이다. 매스컴(칭찬한 사람들)을 통해 포장된 디자이너(재봉사)의 옷을 사 입은 고객(임금님)들은 수많은 매체를 통해 과대 포장된 속칭 ‘멋있다, 트랜디하다’라고 표현되는 옷을 걸치고 사람들에게 자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은 역시 “***는 디자인 잘해”라고 칭찬하며 비싼 돈을 주고 옷을 사 입은 사람을 멋있다고 말해 줄 것이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 포장된 디자이너의 실체(벌거숭이)를 알게 되는 순간 큰 실망을 하고, 그 디자이너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러한 예는 굳이 힘들게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순식간에 뜨고, 순식간에 대중에게 외면 당하는 현실이 주변에 널려 있지 않은가.
심지어 매스컴이나 대중으로부터 호평 받지 못한 디자이너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반응이 안 좋으면 자신의 컬렉션을 이해 못하는 매스컴과 대중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위안한다.
그렇다면 과연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해야 모두에게 널리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가?
디자이너들은 반드시 브랜드의 콘셉을 온갖 형용사가 아닌 하나의 명사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명사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라고 말하면 모든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똑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것보다 더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한 마디의 명사로 자신의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장고의 자아고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아는 것 보다 더 힘든 것이 무엇이 있으랴. 그것도 시즌마다 콘셉이 변하는 컬렉션들을 다 아우를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하지만 해야 한다. 벌거숭이 임금님 속의 재봉사가 되고 싶지 않다면…
박장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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