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 유행 속, 한국 패션계 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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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순의 가로수길에서

2013-06-21 오후 5:42:42



국내 등산 마니아 중에 히말라야 등정을 꿈꾸는 이가 많다. 그런데 히말라야 등반대 중에도 세상의 ‘빨리 빨리’를 떨쳐내지 못하고 그곳까지 가서 ‘빨리 빨리’ 하는 이들이 있나 보다. 지인에 따르면, 히말라야의 셀파들이 한국 등반대들에 대해 너무 ‘빨리 빨리’를 외친다고 지적한단다. 보통 셀파들은 등반대들에게 잠시 휴식을 권하는데 그중 한국 등반대들은 ‘짜르디 짜르디(빨리빨리)’를 외친다는 거다. 


물론 ‘고대하던 히말라야 등정을 신속히 하고 싶어서 그렇겠지’ 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셀파의 반응은 고수다. “아직 영혼이 따라 오지 못했으니 영혼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비스따리 비스따리(천천히 천천히) 해야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여유와 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단다. 


나 역시 신문을 만들며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빨리 빨리’도 패션처럼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춰 선택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오래 전 베를린에 머물면서 유럽의 이곳 저곳을 2달여에 걸쳐 배낭여행 삼아 둘러본 적이 있다. 그때 나름 여유롭게 각지의 미술관을 둘러보곤 했다.
버스로 단체 여행을 온 한국 관광객들이 하루에도 몇 개 미술관을 다니면서 인증샷만 찍다시피 하고 이동하는 ‘빨리 빨리’ 여행을 본 적도 있다.


물론 ‘빨리 빨리’가 반드시 부정적이냐고 하면 꼭 그런 건 아니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목표나 성과를 달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업화가 신속히 달성된 것도 그 덕이 클 것이다.


패션계에도 이 빨리 빨리 증후군이 휩쓸고 있다. 소위 패스트 패션인 SPA 패션(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이다. SPA 패션은 저렴한 가격에 기획부터 제조, 유통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선결되어야 가능하다. 당연히 상당한 초기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국내 패션업계에는 1분기에도 글로벌 SPA의 돌풍이 불어닥쳤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급감한 수준이고, LG패션과 한섬도 각각 10% 넘게 빠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랜드, 제일모직 등 몇몇 업체는 한국형 SPA에 사활을 거는 눈치다.


특히 이랜드는 2009년 「스파오」를 출시한 데 이어 2010년 「미쏘」를 내놓고 일본 등 해외시장까지 진출했다. 또 국내 최초 아웃도어 SPA브랜드 「루켄」도 최근 론칭했다. 한편 제일모직은 지난해 출시한 「에잇세컨즈」 매장을 13개에서 올해 25개 내외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중국 시장 진출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불황의 골이 깊은 가운데 글로벌 브랜드들이 선점한 SPA 브랜드 시장에 국내 브랜드들이 진입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차이나 머니 유입과 국내 패션 브랜드 매각이 붐을 이루고, 제일모직, 이랜드,   미샤 등 대중소 기업 전방위에 걸쳐 구조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국내 패션기업들의 치열한 전쟁을 각오해야 하고, 틈새 시장을 전략적으로 잘 파고 들어야 하는 어려움도 노정되어 있다.


 하지만 해법은 있다. 얼마 전 만났던 프랑스의 패션 마케팅 전문가들은 “한국 브랜드들이 정말 유니크하면서도 품질, 가격이 좋다. 브랜딩 전략과 가치 부여 마케팅 전략, 한국 문화 유산의 향기를 담는다면 글로벌 브랜드는 그리 오래지 않아 창출될 것”이라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우리만의 방법으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설 힘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15세기 세종조와 18세기 영·정조 시대 꽃피었던 찬란한 문치의 르네상스를 오늘에 되살려 창조경제 시대를 꽃피울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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