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너도나도 저가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여성복업체들은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배경으로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인지도뿐 아니라 상품기획도 기존 브랜드의 디자인과 소재를 활용하는 등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왜 저가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그 시장을 가기 위해서는 어떤 상품을 어떻게 팔아야 하고, 또 이를 위해선 어떤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며, 우리가 가진 경쟁력이 무엇인가 등을 따지기보다는 우선 시장에 진입하고 보자는 식이다.
또 이번 가을에 출시한 신규 브랜드 가운데 일부 브랜드는 최근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브랜드와 유사한 ‘카피 본’을 버젓이 내놓는 등 신규 브랜드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이에 따라 최근 패션시장에 출시된 신규 브랜드는 브랜드명은 물론 상품과 광고 이미지, 매장 인테리어 등에서 기존 브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아류작’을 만들어내고 있다. 브랜드의 경쟁력과 미래는 물론 실패할 경우 시장에 끼칠 영향보다는 눈앞의 돈벌이에만 관심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한 캐주얼업체는 지난 봄에 출시한 브랜드가 기대에 못 미치자 협력업체 결제대금을 50%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무지와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새로운 브랜드의 출시에는 기존 브랜드들과는 다른 그 브랜드만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
기존 브랜드의 장단점을 분석해 틈새시장을 찾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러한 욕구가 나오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또 무엇보다 적어도 10년 앞은 내다볼 수 있는 브랜드의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 단독주택이 아닌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빌딩을 짓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설계도가 필요하다. 당장 눈앞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선 그 기반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의 규모도 중요하다. 이미 국내 패션시장에도 1천억원대 이상의 대형 브랜드가 적지 않다. 또 최근 새로운 기회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시장까지 감안한다면 우리 패션산업의 미래 시장은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근 신규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 한 패션업체 사장은, “3∼4년 안에 3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략 대상도 그 분야에서 세계 1위 브랜드인 「나이키」를 따라잡겠다고 말했다.
물론 단기간에 그만한 볼륨 브랜드를 만들기엔 그 회사와 사장의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규 브랜드를 출시한다면 최소한 뭔가 신선함을 던져줄 수 있고 기존 브랜드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전략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사장의 생각이었다.
성공한 브랜드 하나가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되고 또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수많은 협력회사들의 성장까지 감안한다면, 브랜드 사업의 첫 단추가 되는 신규 브랜드의 설계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