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종로의 갤러리 아뜰리에 터닝에서는 이색적인 전시가 펼쳐졌다.
전시장에는 그림을 대신해 의류, 가방, 란제리 등이 내걸렸다. 이 전시는 김병건, 김영린, 정지영, 최지현, 이은천, 오현주, 강현희 등 신진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완성작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구상할 당시 영감을 받았던 오브제들과 그것을 상품으로 구체화시켜가는 과정들까지 모두 진열해 관람객들이 브랜드의 스토리와 디자이너의 생각들까지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임승호 아뜰리에 터닝 대표가 패션 전시를 기획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김병건 디자이너와 처음 인연을 맺고 전시회를 열었다. 김 디자이너를 통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돼 올해는 5개 브랜드로 늘려 전시회를 마련했다.
임 대표는 전시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을‘미래의 슈퍼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 “지금 갓 시작한 이들이지만 우수한 창의성과 열정으로 무장했기에 10년 후면 한국 패션계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디자이너들에게 이러한 기회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정지영 디자이너는 “외국에서는 패션 브랜드가 전시회를 여는 것이 일상적”이라며 패션쇼에서 상업성을 평가받는다면 갤러리에서는 작품성을 보여준다. 패션이 상업과 예술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장르이기에 이런 자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끄레머천다이징도 인디스를 후원하고 나섰다. 지난달 서울 압구정에 오픈한 「코인코즈」 플래그십 스토어 2층을 신진 디자이너들을위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부족한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달의류, 가구, 신발 등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소속 신진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프로젝트 ‘SFCS 크리에이티브 워크룸’를 시작했다. 10월까지 33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2주일 간격으로 팝업 스토어를 연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측은 “압구정이라는 상권의 특성상 마니아 고객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소비자의 관심까지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운영을 맡아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기업도 있다. 비즈니스 마케팅과 디자인 전문 회사인 아이린&컴퍼니는 「에틱프롬스테드」를 인수해 운영과 마케팅을 지원한다. 패션 유통회사 다빈치스타일과 패션 마케팅 회사 피터스는 「레 아뜰리에 드 매트」의 유통과 마케팅을 전담하고 있다. 덕분에 디자이너들은 창작 활동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인디스의 꿈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어쩌면 인디스들이 혼자서는 성장해나가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볼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쪼록 재능있는 인디스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날개가 꺾이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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