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예술, 수중영상 속 발레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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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 최효민 아르스 인피니타 디렉터

2013-05-27 오후 3:15:28

최효민 아르스 인피니타 디렉터
(arsnova9@hanmail.net)


‘풍덩’ 소리와 함께 하얀 옷을 입은 소녀의 몸이 물 속에 잠긴다. 관객은 안타까운 비명을 지르며 죽음의 행보임이 분명해 보이는 소녀의 투신에 불안한 눈빛을 보이지만, 수압으로 인해 아무렇게나 휩쓸려 흘러다니던 그 소녀가 이내 자연스럽게 바닷 속을 여행하며 물고기와 대화하고 마치 자궁 안의 태아처럼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내심 안도했다.
겹겹의 하얀 천들과 함께 부드럽게 일렁거리는 댕기머리 소녀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매혹되는 듯 하다.


필자의 실험영화 <물의 위로>(2010)이다. 실제로 필자 자신이 심청을 소재로 한 창작발레의 영상과 비주얼 디렉팅을 통해 만든 수중영상을 모티브로 재창작한 이 작품은 이미 무대 밖을 나와 국내외 여러 예술영화제와 전시회에서 소개되었다.


지난 5월 7일 워싱턴 DC 스미소니언미국미술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60주년 특별전시회 <크리에이티브 비전>에도 필자와 함께 초청되었다.


마침 같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특별전과 연계되어 포스트 백남준 시대의 한국의 한 융합예술가의 작품으로 과분한 평가를 받았으니 이 작품의 독특한 심미성을 좌우한 작가의 은밀한 메모를 공개할 필요가 있겠다.


아름다운 근육으로 발달된 실제 발레리나의 신체와 함께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요 출연자는 바로 그녀가 입은 의상이다. 소재가 다른 여러 개의 패브릭을 물 속에 넣고 부력과 움직임을 실험한 끝에 필자가 의상담당과 함께 디자인한 이 옷은 한복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실크와 6~7겹의 망사로 층을 내어 만든 특수 의상이다. <지젤 Gigell> 같은 백색발레(ballet blanc)에서 볼 수 있는 로맨틱 튀튀와도 닮아 있다. 유동성 물질 안에 뼈대만 남은 신체를 매개하는 의상은 물론 수중 촬영, 그것도 초고속 촬영에 적합하게 패브릭의 섬세한 움직임을 고려해서 제작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현대의 디지털 촬영 기술과 결합되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그동안 상상에 맡겨져 있던 심청의 여정을 가장 동양적인 정제미와 발레 특유의 환상적인 미감으로 구현되었다. 동시에 죽음과 파괴가 아닌 치유와 재생의 공간으로서의 물의 또 다른 상징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인 오브제가 되었던 것이다. 


제프리 쇼(Jeffrey Shaw)는 신체를 “매혹적이고 이름도 실체도 없는 주체이자, 지각 불가능하지만 모든 곳에서 존재의 충만함으로 가득한 환영을 깨우는 비본질적인 영역”이라 말한다. 이것은 모든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비매개적이고 투명한 상태인 또 다른 가상현실에 대한 것이다.


어쩌면 기술과 함께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뉴미디어 시대 예술의 화두는 잊혀진 감각, 가리워진 신체를 되찾고 확장하는 일이니 신체를 여러 방법으로 재매개하는 의상이나 일상의 패션은 예술가의 작업에서 더욱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필자 역시 신체를 중심으로 영상과 음악, 무용 등 다장르간 융합예술을 작업, 연구해왔기 때문에 늘 의상 혹은 어떠한 스타일이 주제 자체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주요 모티브이기도 했으며 패션지나 쇼핑 장소, 그리고 회화에 스민 복식사 역시 예술이론서 못지 않게 작업의 아이디어를 얻는 주요 통로이기도 하다.


예술적 의상과 예술을 위한 의상 또는 일상의 패션은 어쩌면 각각의 효용성 차이 때문에 진정한 조화와 협업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예술환경을 고려해 본다면 신체를 매개한다는 변함 없는 공통성에 기대어 바로 이 지점의 간극을 메우는 융합적 예술가들도 등장하리라는 기대도 해볼만하지 않을까. 필자의 관심 역시 그 영역과 맞닿아 있으며 수중 영상 작업들의 영향으로 패브릭의 텍스처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업과 함께 직접 개인 작업의 의상 디자인을 하고 있다. 


최효민, 물의 위로ⓒ2010

최효민 디렉터
arsnova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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