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기 기자 ingi@ |
패션산업은 계절과 날씨 영향을 유난히 많이 받는다. 더욱이 올 봄엔 4월까지 기온이 낮고 비까지 오락가락 하면서 옷장사엔 치명적이다. 지난달 백화점 정기세일도 이러한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한자리수 신장이나 소폭 감소했다. 5월 반짝 매기를 기대해보지만, 내달부터는 또 다시 가격경쟁만 치열한 여름 비수기를 겪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갖가지 경기부양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세일과 사은품 지급은 기본이고, 다양한 이벤트를 내걸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적극적이다. 도쿄의 중심지인 긴자는 토요일 낮 12시부터 일요일까지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된다. 국내외 쇼핑객들은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있으며, 심지어 길 가장자리에는 파라솔이 갖춰진 벤치까지 설치해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상인들의 자발적인 이벤트도 적지 않다. 하라주쿠와 같은 도심에서는 휴일에 다양한 테마를 내세운 ‘마츠리(축제)’를 펼친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한껏 돋구어진 기분은 쇼핑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웃 일본의 이 같은 지자체와 민간의 경기부양책과 달리 우리의 모습은 극명하게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경제 부흥’을 핵심 과제로 내걸고 있는 만큼 뭔가 획기적인 정책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는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비영리공익재단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3월 17일 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매주 일요일 '광화문 희망나눔장터'를 열고 있다. 이 행사는 오는 10월 27일까지 혹서기인 7∼8월을 제외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운영될 예정이며, 매주 300팀 이상이 참가하고 있다. 90% 이상이 의류와 신발, 가방 등 패션 아이템으로 채워져 있다. 광화문 뿐이 아니다. 지난 1일에는 서울 뚝섬유원지에서도 대규모 나눔장터가 펼쳐졌다.
한정된 자원을 재활용하고 부담없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취지의 시민행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의 중심지, 휴일이면 국내외 관광객들로 넘치는 광화문 광장에 중고품 장터를 서울시가 앞장서서 개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패션업계 중론이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이미지가 아닐 뿐더러, 그만큼 신상품 구매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 패션경기 활성화는 청년실업 해소와 직결
잘 알려진것처럼 이미 명동과 북촌, 강남 등 서울 핵심 상권은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의 쇼핑 매출이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패션업체와 백화점은 외국어에 능통한 판매사원까지 채용해 판매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과 상인들의 이러한 노력에 흥을 돋구어 주지는 못할 망정 지자체가 앞장서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어서 이런 시책은 다시 한번 재고해 달라는 것이 패션업계 바람이다.
패션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에 비해 종사 인구가 많다. 특히 디자이너와 머천다이저, VMD, 판매사원 등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어 정부의 최대 과제인 ‘청년실업 해소’와도 관련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 패션업체들은 최근 높은 가격경쟁력과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서울 핵심 상권은 물론 전국 대도시에 직영점을 오픈하는 글로벌 SPA에 밀려 구조조정과 브랜드 중단 등이 일상화 되어가고 있다.
소비를 활성화 시켜 고용이 창출되고, 또다시 이들에 의해 경기가 부양되는 선순환적 정부 정책을 기대해 본다.
정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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