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商道)’는 어디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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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결제, 억지 클레임에 생산업체 ‘몸살’

2006-02-27 오후 3:28:53

최근 브랜드 전개중단을 선언한 한 캐주얼업체는 협력업체들에게 결제대금의 70%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또 다른 캐주얼업체는 지난 봄에 출시한 브랜드의 영업이 부진하자 상반기 결제대금의 50%만 지급하겠다고 했다. 영업부진에 대한 책임을 생산업체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주장이다. 최근 대형사로 성장한 캐주얼업체와 거래중인 협력업체들은 이달 초 자금수급에 애를 먹었다. 지난달 말일에 납품대금 가운데 40%를 현금으로 받기로 했지만 원청업체가 아무 예고 없이 결제를 미뤄버린 탓이다. 몇몇 업체는 어려운 사정을 하소연해 일부를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싫은 내색도 제대로 못한 채 속앓이를 해야 했다. 경기침체와 매출저하가 장기화됨에 따라 거래업체 사정은 외면한 채 ‘나만 살겠다’는 악덕 패션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어음기한 연장과 결제일 연기. 최근 업체들은 3, 4개월짜리 어음이 일반화됐으며, 일부 업체는 5, 6개월짜리도 심심찮게 발행하고 있다. 1월에 봄제품을 납품하고 2월에 6개월짜리 어음을 받으면 8월 가을제품 판매할 때나 현금을 손에 쥐는 꼴이다. 어음이 아닌 현금을 주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한 캐주얼업체는 마감 후 3개월에 걸쳐 현금을 분산해 결제하고 있는데, 결제일과 금액이 불규칙해 자금 스케줄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업체와 거래중인 하청업체 사장은, “현금을 준다고 하지만 언제 바뀔지 몰라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중국 등 해외 생산업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해외 생산의 경우 인천항에 물건이 들어오면 곧바로 현금을 입금해야 하는데, 결제는 4, 5개월 뒤에나 받게 되니 웬만한 자금 여력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웬만한 업체가 아니면 프로모션 사업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 확실한 신뢰가 있는 업체가 아니면 프로모션업체들도 거래를 꺼리고 있다. 최근에는 마켓 클레임도 늘어나고 있다. 마켓 클레임(Market claim)은 원청업자가 상품의 인수거절 또는 가격할인을 목적으로 하청업체의 물품 및 다른 계약 이행상의 문제를 트집 잡아 계약을 취소하거나 가격할인을 강요하는 것을 말하며, 패션 기업들은 일단 물건을 받아 매장에 출고시킨 후 판매가 부진한 경우 다시 프로모션업체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마켓 클레임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20% 수준에서 결제대금을 조정하며, 30% 이상 깎는 상습 기업도 있다고 한다. 프로모션업체들은, “판매부진에 생산업체들도 책임이 있다는 부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정하지만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장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브랜드의 책임까지 일방적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또 브랜드 본사의 이익 배수는 그대로 유지한 채 납품단가만 깎는다면 상호 윈-윈하는 거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브랜드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생산업체들도 적정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생산업체들도 가격 위주의 영업보다는 차별화된 기획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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